미국의 경기회복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일본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급등한 반면 주가는 일본 기업의 수출 타격을 우려해 폭락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오후 5시 현재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84.93엔까지 급락해 지난해 11월 두바이 쇼크 당시 수준(84.82엔)에 근접했다. 이달 3일 85.78엔으로 85엔대에 접어든 이후 연일 환율이 하락해 이제는 85엔대마저 무너졌다. 회복되는 듯하던 미국 경기가 다시 침체국면에 빠지면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통화당국이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준비 중인 것도 엔고를 부추기고 있는 요인이다.
외환시장의 불안은 도쿄 주식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11일 도쿄 주식시장에서는 엔고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면서 닛케이평균주가가 전날보다 2.70%(258.20엔) 급락한 9,292.85엔으로 마감됐다. 지난달 22일 이후 3주 만에 또다시 9,300엔대가 허물어졌다.
신흥국 경제회복으로 안정을 되찾는 듯했던 일본 경제가 미국발 경기침체라는 복병을 만나자 일본 경제계에서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적정 환율을 80엔대 후반∼90엔대 전반으로 예상해 사업계획을 세운 기업들로서는 수출을 할수록 채산성이 악화되는 절박한 국면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1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환율시장 개입을 부정했다. 멕시코발 통화위기로 환율이 사상 최대로 치솟았던 1995년 4월과 지난해 11월 두바이 쇼크 당시 일본 정책당국이 서둘러 시장에 개입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엔고가 가속화할 것을 대비해 ‘실탄’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당분간 엔고 추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칫 타이밍을 잘못 잡고 들어갔다가는 막대한 돈만 쓰고 환율은 잡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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