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육군이 교전국이었던 미국 본토의 소를 죽이기 위해 세균무기를 개발해 부산에서 비밀리에 실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세균은 소와 양 등이 감염되면 7일 만에 죽는 치명적인 우역(牛疫)균이다.
당시 세균무기를 개발하는 데 직접 관여했던 구바 노보루(久葉昇) 전 후지타(藤田)보건위생대 교수 등이 집필해 최근 출판된 ‘육군 노보리토(登戶) 연구소의 진실’에 따르면 노보리토 연구소는 이 세균무기를 만들어 1944년 5월 부산에서 성능 실험을 했다.
구체적인 실험 장소는 ‘조선국 부산부 사하면 암남동 조선총독부 가축위생연구소(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전신) 서쪽에 있는 낙동강 하구의 커다란 삼각주의 일부(감천지구)’였다. 다행히도 이 실험으로 우역이 한국에 퍼졌다는 기록은 없지만 자칫 한우에 치명적인 위기가 될 수 있는 실험이었다.
노보리토 연구소는 소와 양 등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환인 우역에서 독을 따로 분리해 동결 건조시켜 분말로 만든 후 이를 풍선폭탄에 매달아 미국 본토로 날려 보냈다. 당시 미국 본토의 피해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근교인 가와사키(川崎) 시에 위치한 노보리토 연구소는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9년 창설된 옛 일본 육군사령부의 비밀병기연구소로 세균무기, 화학무기, 요인 암살용 무기 등 다양한 무기를 개발한 것은 물론 위조지폐까지 만들었다. 일본이 패전한 이후 노보리토 연구소에는 메이지(明治)대 이쿠타(生田) 캠퍼스가 들어서 현재는 ‘노보리토 연구소자료관’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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