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less you, God bless America(당신과 미국에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하는 공식 연설에서든, 전국 각지의 ‘타운홀 미팅’에서 하는 연설에서든 제일 마지막엔 항상 ‘하나님’을 거론한다.
하지만 미국 사람 5명 가운데 1명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교도(무슬림)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대통령선거 때 오바마 대통령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이름 때문에 톡톡히 곤욕을 치렀다. 후세인이라는 중간 이름이 무슬림을 연상케 했기 때문. 후세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할아버지가 무슬림으로 개종하면서 얻은 이름이다.
취임 후에 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9·11테러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모스크(이슬람사원)를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 사실상 찬성하는 발언을 한 뒤 그를 무슬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많아졌다.
최근 발간된 타블로이드판 ‘글로브’는 “미국 본토에서 태어나지 않아 시민권이 없는 오바마 대통령이 가짜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를 쓰고 있다”는 그럴싸한 기사를 싣기도 했다.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캠프에서는 이런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인터넷에 오바마 대통령의 하와이 출생증명서를 올려놓아야 했다.
실제로 미국의 중립적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오바마 대통령이 모스크 건립 찬성 발언(8월 13일) 이전에 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을 무슬림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대통령 취임 후에 더욱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7월 21일부터 8월 5일까지 성인 3003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18%는 오바마 대통령을 무슬림이라고 답했다. 2009년 3월 조사 때보다 7%포인트 많아진 것이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 같은 보수그룹의 경우 무려 3분의 1이 오바마 대통령이 무슬림이라고 대답했다. 또 시사주간지 타임이 이달 16, 17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4%가 오바마 대통령을 무슬림이라고 대답했다. CNN이 오바마 대통령의 49세 생일을 맞아 조사한 결과 27% 응답자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실을 의심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흘렀는데도 이런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대선 때 벌어진 논란이 사람들의 뇌리에 여전히 깊이 박혀 있는 데다 오바마 대통령도 자신의 정체성과 종교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겠다’는 이유로 워싱턴에서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모습이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아 대통령의 종교에 대한 확신을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빌 버턴 백악관 부대변인은 19일 “대통령은 분명히 기독교인이며 매일 기도하고 있다”며 “혼자 기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목사들과 전화로 통화하면서 기도한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인들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그릇된 인식을 얼마나 되돌려놓을지는 불투명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