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법원 “러 ‘죽음의 상인’ 신병 美에 인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1일 03시 00분


장교출신 무기밀매상 부트… 러 정부 “정치적 결정” 반발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린 러시아 출신 국제 무기밀매상 빅토르 부트 씨(43·사진)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하라고 태국 항소법원이 20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수송기를 이용해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분쟁지역에 불법 무기를 대규모로 공급해온 부트 씨가 곧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공군장교 출신인 부트 씨는 2005년 할리우드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한 영화 ‘로드 오브 워’의 실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유엔의 제재 망을 피해 무기밀거래를 해오던 그는 2008년 3월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조직원으로 가장한 미국 마약단속국의 함정 수사에 걸려 태국 방콕의 한 특급호텔에서 체포됐다.

항소법원의 이날 결정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한 지난해 8월 태국 형사법원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항소법원은 하급심 결정을 뒤집는 이유와 관련해 부트 씨가 정치범이 아니라 미국인 살해 공모, 불법단체에 무기 공급 등 여러 형사범죄에 연루된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태국 항소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부트 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반면 러시아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태국 법원 결정이 매우 강한 외부 압력에 영향을 받았다”며 “불법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부트 씨가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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