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5년 만에 85엔대가 붕괴된 데 이어 24일에는 84엔대마저 허물어지자 마침내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시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이 다음 달 당 대표 선거에 정신이 팔려 시급한 경제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25일 오전 “필요할 때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시장 개입 여부에 대한 질문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다 재무상의 이날 발언은 “엔화 가치 급등이 경제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24일 발언보다 시장 개입 가능성을 한층 높인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고 급등 추세를 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노다 재무상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84.45엔까지 떨어졌을 때인 2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구두 개입’으로 비치는 발언을 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거꾸로 움직였다. 기자회견 직후 열린 런던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83.70엔까지 떨어졌고 이어 개장된 뉴욕외환시장에서는 83.60엔으로 더 하락한 것이다. 좀 더 강한 정부의 시장 개입 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의 경제 무책(無策)을 시장이 간파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대비해 유동성을 풀어 의도적인 약(弱)달러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엔고 급등 추세를 꺾을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다음 달 여당인 민주당의 당 대표 선거를 앞둔 간 내각이 환율정책 등 시급한 경제현안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이르면 27일 추가 경기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풀어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현재 20조 엔인 자금공급 규모를 30조 엔으로 확대하고 대출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이 자금은 연 0.1%의 초저금리로 금융기관에 공급된다. 25일 오후 5시 현재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소폭 오른 84엔대에서 거래됐으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66% 떨어진 8,845.39엔으로 마감해 4일 연속 하락으로 올해 들어 최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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