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경찰 ‘임금 폭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일 03시 00분


대화시도한 대통령도 억류, 軍이 총격전 끝에 구출
공항-정부청사-의사당 점거… ‘국가비상사태’ 선포

에콰도르에서 정부의 임금 삭감에 반발한 경찰이 폭동을 일으켜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면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경찰에 억류됐다가 정부군에게 구출되는 일까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총격전이 오갔다.

에콰도르 경찰은 지난달 30일 수도 키토의 국제공항과 국회의사당, 정부청사를 점거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이날 사태는 경찰 수백 명이 정부의 수당 삭감과 임금인상 억제에 반발해 국제공항의 활주로를 장악하고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코레아 대통령은 최근 경찰 임금이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며 경찰의 임금인상 억제 등을 규정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이 법안은 의회에서 그대로 통과돼 지난달 29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어 수십 개 그룹의 경찰 시위대가 과야킬과 쿠엥카 등 주요 도시의 정부청사를 점거했다. 또 키토 국제공항과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키토와 과야킬 등 각지의 군기지를 장악한 후 최루탄을 쏘고 타이어를 불태웠다. 이날 시위에는 일부 군인도 참여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전했다.

경찰이 시위에 나서면서 치안도 불안해졌다. 키토에서 최소한 은행 2곳이 강도를 당했고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많은 기업과 상점이 문을 닫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에 치안을 맡겼다. 이에 에콰도르군 총사령관 에르네스토 곤살레스 장군은 즉각 코레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약속하며 질서회복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찰 시위대를 찾아가 대화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시위대는 그를 에워싸고 몸을 떼밀고 물통과 최루가스를 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결국 시위대에 의해 키토 소재 경찰병원에 억류됐다.

정부군은 몇 시간 뒤 경찰병원에 진입해 코레아 대통령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구출작전 중 정부군과 경찰 시위대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 시위대 2명이 숨졌다고 에콰도르 적십자가 밝혔다.

미국과 인근 남미 국가들은 코레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좌파 성향의 코레아 대통령은 2006년 취임한 뒤 에콰도르의 정국을 안정시켰으며 작년에 재선에 성공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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