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20주년 행사… 분단 한국의 북한담당 기자가 본 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혼란 있었지만 통일은 최고선택” 20년 성과 자축

3일 오후 독일 브레멘 시 컨벤션센터 1층 강당에서 열린 독일 통일 20주년 기념식은 음악과 합창, 공연과 감사의 말들이 어우러진 한바탕 축제였다. 정오에 맞춰 기념식이 시작되자 흰 옷을 입은 배우들이 흰색 삼각돛배를 타고 식장 여기저기를 이동하는 가운데 웅장하고 경쾌한 관현악단의 연주가 울려 퍼졌다.

‘우리는 한배를 탔다’는 제목의 이 퍼포먼스는 꼭 20년 전인 1990년 10월 3일 미처 준비하지 못한 통일을 맞아 갖은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하고 오늘날 유럽통합의 주역이자 글로벌 외교강국, 경제대국이 된 독일의 8200만 국민이 전 세계에 자신들의 눈부신 성과를 뽐내는 무대처럼 보였다.

옌스 뵈른젠 연방 상원의장 겸 브레멘 주지사는 축사를 통해 “독일 통일 20년은 성공 스토리였다”며 “역사는 만들어가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통일 이후 우리는 모든 독일인에게 교육과 복지 등에서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주변국들 사이에서 마땅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등장한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은 통일에 기여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를 표시하면서 “특히 동서독이 하나 되기 위해 변화의 의무를 다한 동독 주민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은 하루하루의 일상을 바꿔 나가는 고통을 견디고 자유 속에서 새 삶을 건설할 수 있었다”고 찬양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하나”라며 “중요한 것은 어디서 왔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갈 것이냐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독일 통일을 최종 결정한 ‘2(옛 동독·서독)+4(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조약’에 참여했던 전승 4개국 대표 외에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독일 정부의 특별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독일의 통일은 국가와 민족을 정상화하는 과정이었다”며 “한반도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의 매우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현 장관은 독일 연방하원이 이날 밤 베를린에서 개최한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독일 정부와 의회가 통일 20주년 기념행사에 한국의 통일부 장관을 특별 초청한 것은 같은 분단의 역사를 경험한 국가로서 통일과 통합의 교훈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멘과 수도 베를린 등 전국에서는 2일부터 조촐한 기념 축제와 행사들이 시작됐다. 브레멘에서는 시내 광장에 분단과 통일을 상기시키는 사진과 글로 꾸며진 베를린장벽 모형을 세워 통일 20주년을 축하했다. 1980년대 독일의 팝스타 니나를 비롯한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콘서트와 행렬, 그리고 폭죽놀이 등을 곁들인 거리 축제도 열렸다. 베를린에서도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 광장에서 축하 공연이 열렸다.

이날 오전 브레멘 시내에서 만난 교민 한경수 씨(59·여)는 “1973년 간호사로 독일에 와 통독 20년의 전 과정을 지켜봤다”며 “통일 초기에 혼란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동서독 출신 모두 통일하길 잘했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독 지역의 아름다운 도시들이 제 모습을 되찾았고 통독 경제도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한국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강대국에 의해 분단된, 같은 경험을 가진 나라다. 전쟁을 일으킨 패전국 독일은 통일을 이루고 20년의 성과를 노래하고 있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 속에 동족 간 갈등을 겪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통일의 기쁨을 노래할 수 있을까. 독일 통일 20년 기념식은 한반도 사람들에게 커다란 질문을 던졌다.

브레멘=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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