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유럽 내 모종의 테러 계획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이 지역을 여행하는 모든 미국인에게 ‘여행 주의보(travel alert)’를 발령했다.
3일 CNN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유럽에서 테러를 모의하고 있다는 정보에 근거해 이를 발령하고 “유럽 여행 시 관광지나 공공장소에서 특별히 신변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특정 국가나 지역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한 고위 정부 관리는 “여행자뿐 아니라 유럽 내 군 시설도 경계태세에 들어갔다”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여행경보 단계 중 해당 지역 방문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여행 경고(travel warning)’에 비해서는 한 계단 낮은 것이다.
국무부는 “(테러) 공격자들이 공적, 사적인 대상을 향해 다양한 방식과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철도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시설이나 관광지 등이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학은 여행 주의보가 격상된 국가에는 당분간 유학생들을 보내지 않을 방침이다.
영국도 프랑스와 독일을 여행하는 자국 국민들에게 여행 시 주의를 당부하는 ‘여행 주의 권고(travel advice)’를 한 단계 올렸다. 유럽의 한 정부 관리는 “이런 조치가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도 일부 나오지만 이미 관련 내용에 대한 정보를 보고받은 유럽 지도자들은 큰 반대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번 여행 주의보 발령으로 유럽의 관광과 출장 관련 사업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외신들이 전망했다.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은 파키스탄을 근거지로 한 알 카에다 같은 이슬람 테러 세력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에서 ‘뭄바이형 테러’를 계획 중이라는 정보를 감청과 e메일 추적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빈 라덴이 배후’ 첩보 입수… 美, 유럽 軍시설 경계 강화 ▼
“파키스탄 구호 지원하라” 다시 등장한 ‘빈라덴 육성’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1일 “파키스탄 등 재난을 당한 이슬람 국가들을 지원하라”고 촉구하는 오사마 빈 라덴의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슬람 반군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이 메시지에서 빈 라덴은 서방국가들에 대한 성전 촉구 같은 내용 없이 파키스탄 홍수 사태를 언급하며 “재난지역에 텐트와 의약품을 보내는 것은 필수적이며 재난 구호를 위한 우리의 행동 방식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메시지가 담긴 테이프의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 제공 인텔센터
인도판 ‘9·11테러’로 불리는 뭄바이 테러는 2008년 11월 인도의 최대 도시 뭄바이에서 자동무기와 수류탄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이 사흘 동안 관광지와 기차역, 호텔 등을 무차별로 공격하고 인질을 살해해 166명이 숨지고 330여 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유럽 내에서의 테러 위협은 최근 프랑스 의회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무슬림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크게 높아진 상태. 다만 양국 정보당국은 테러 경계경보 단계를 격상시킬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번 주의보가 지난주 파악된 테러 위협 정보에 따라 경보 수준을 상향 조정하기 위한 것일 뿐 새로운 테러 첩보가 입수된 것은 아니라고 유럽 관련국에 설명했다. 이 주의보는 내년 1월까지 유지된다.
서방 정보기관 관리들은 알 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일련의 동시 다발적인 유럽 주요 도시 테러 음모의 배후에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독일인 8명과 영국인 형제 2명이 이번 음모에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지난달 말 유럽 내 최소 5개국에서 뭄바이식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정보가 독일 함부르크 출신으로 알 카에다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슬람인 아흐메드 시디키로부터 입수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9·11테러를 이끈 무함마드 아타와 함께 함부르크의 한 사원에 다녔던 시디키는 올해 7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체포돼 현재 바그람 공군기지에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일 이번 테러 음모는 빈 라덴의 지원 아래 알 카에다의 3인자인 셰이크 유니 알 마우레타니가 직접 세웠고 이 계획을 시디키와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시디키는 7월 체포되기 직전 파키스탄 북부 미르알리에서 마우레타니와 만나 테러 계획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 음모가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일부 혐의자들의 동태가 감시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유럽 내 은행과 증권거래소 같은 금융업체들과 유명 관광지 기차역 등이 테러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탈리아 경찰이 알 카에다 대원으로 의심되는 프랑스인 남성을 체포했다고 현지 신문들이 3일 보도했다. 나폴리에서 발간되는 일간 일 마티노 등은 이날 검거된 프랑스인이 메모와 함께 폭탄을 제조하는 도구 한 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28세 알제리 출신 용의자의 랩톱 컴퓨터와 휴대전화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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