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940년대 과테말라서 매독 생체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페니실린 약효검증 위해 군인-수감자들 감염시켜오바마 “비극적 실험” 사과

미국이 1940년대에 페니실린의 약효를 검증하기 위해 과테말라에서 군인과 교도소 수감자 및 정신병원 수용 환자에게 고의로 매독균과 임질균을 감염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1946년부터 1948년까지 진행된 이 실험은 당시 교도소에 수감된 남성과 국립정신병원에 수용된 남녀 환자 69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미 공중보건국과 국립건강원 및 범미국건강위생국 후원으로 진행된 이 실험에 과테말라 정부도 협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은 성교 후에 페니실린을 복용하는 것이 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됐으며 이를 위해 교도소 수감자와 정신병원 수용자들을 성병에 감염된 매춘부와 성교를 갖게 했고 성병에 감염되지 않은 매춘부에게는 성교 전에 병균을 주입하기도 했다. 특히 실험에 투입된 남성 수감자가 감염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매독균을 직접 남성 성기와 팔뚝 및 얼굴 등 신체부위에 주사기로 투입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부대의 군인과 국립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에게도 유사한 실험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매독균 실험의 경우 497명이 병균에 노출됐으며 이 가운데 427명은 실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32명은 나중에 치료를 받았지만 완전히 치료 받아 회복된 사람은 85명에 불과했다. 실험이 진행되는 기간에 71명의 매독 환자가 사망했지만 이것이 실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당시 연구진은 과테말라의 국립보육원에 수용된 고아 438명의 혈액을 채취했지만 고의로 감염시키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미 매사추세츠 주 소재 웰즐리 칼리지 수전 레버비 교수가 미국에서 1960년대 흑인을 상대로 한 유사한 실험인 ‘터스키기 실험’을 추적하던 과정에서 밝혀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알바로 콜롬 과테말라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비극적인 실험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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