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4일 브뤼셀의 한 호텔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강제병합 100년에 관한 간 총리의) 지난 8월 10일 담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우리가 이것(간 총리의 담화 내용)을 행동으로 보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 총리는 당시 담화에서 식민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9월 17일 제2기 간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회담에서 “국제사회에서 양국이 협력해야 할 과제가 많고 협력의 필요성도 더 강화되고 있다”면서 “(간 총리의 담화와 관련해) 과감하고 신속한 후속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배석했던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간 총리가 담화 당시 도서반환 문제 등 몇 가지 약속한 사안이 있다”며 “가급적 가까운 시일 안에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주기를 촉구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간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먼저 “도서의 양도가 조속한 시일 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북한 권력후계와 핵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북한의 권력세습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6자회담은 핵 문제가 진정으로 해결된다는 전제하에서 열려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에 관해 한중일 3국이 계속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 총리는 “북한의 후계자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일 ‘셔틀외교’와 관련해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가급적 연내에 방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6월 24일 취임한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한-호주 FTA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이날 오후 브뤼셀 왕궁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개회식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유럽과 아시아의 차이와 공동의 과제를 잘 조화시키는 거버넌스(governance·관리체제)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세계는 좀 더 역동적이고 공정한 지구촌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경제 거버넌스’를 주제로 한 제1세션 지정발언을 통해 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을 설명하고 “각국이 제출한 정책 대안들에 대한 상호평가를 바탕으로 국가별 정책 권고안이 포함된 종합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