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4일 밤(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따로 만나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사태로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일단 해빙 무드로 전환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센카쿠 열도 영유권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채 적당히 미봉된 상태여서 언제든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양국 총리는 ASEM 회담장에서 약 25분 동안 즉석 수뇌회담을 가졌다. 공식적인 테이블 미팅이 아닌 회담장 복도의 보조의자에 앉아 조촐하게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두 총리는 “센카쿠 사태 이후의 양국 관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 쌍방이 전략적 호혜관계의 원점으로 돌아가 민간교류와 정부 간 소통을 강화하고 중단됐던 정부 간 고위 당국자 협의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두 수뇌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긴급회담을 가진 것은 현재 상태가 계속될 경우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실리적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툼이 있더라도 일단 큰 틀에서의 양국 관계와 양 국민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선 중국 정부가 센카쿠 사태 이후 중단한 장관급 교류와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 협상, 항공노선 증편 협상 등이 하나씩 풀릴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정부의 자제 요청으로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한 중국인의 일본 관광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언론은 중국 군사지역에서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체포된 일본인도 조만간 석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국 수뇌가 이날 전략적 관계 회복에 합의했지만 센카쿠 사태 이전의 관계로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이 여전히 센카쿠 열도에 집착하고 있는 데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총리는 수뇌회담에서도 각각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한편 원 총리는 이날 ASEM 정상회의 개막연설에서 “우리는 주요 통화의 환율을 상대적으로 안정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미국과 함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유럽 정상들에게 급격하게 위안화 환율을 조정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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