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포효하는 중화제국]<4>중국위협론 극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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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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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계” 美-日-동남아 밀착… 따돌림 당하는 거인 될수도

《“백만장자라고 해도 빚이 100만 달러나 되면 거지나 다름없다. 비록 판잣집에 살더라도 은행에 저축한 돈이 많이 있다면 그게 백만장자 아니냐.”
미국 국무부의 한 당국자는 최근 부상하는 중국을 이렇게 비유했다. 국내총생산(GDP)이나 군사비는 아직 미국보다 적지만 금융위기로 위축된 미국과 달리 경제가 튼실한 중국을 제대로 알고 견제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이 높아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패권외교’를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등 여타 강대국의 대(對)중국 견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또 일본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과의 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 미 ‘전략적 경쟁국 중국 견제’ 안간힘

최근 미국에서는 무엇보다 중국과 일본 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에서 확인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의 전통 우방인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정상을 만나 “미국이 아시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동남아 국가를 활용한 ‘대중 포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키로 해 중국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최근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통한 아시아 패권 장악 기도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아시아를 ‘중국 대 비(非)중국’의 구도로 만드는 것으로 미국판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위안화 절상 압박도 날로 커지는 중국의 경제력을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하원은 지난달 29일 저가(低價)의 중국 수출품에 상계관세를 물리겠다는 내용의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상원을 통과해 확정되면 중국을 압박하는 강력한 카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오늘처럼 강력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된 데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미국이 만들어 놓은 기존 질서를 바탕으로 한 혜택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국제사회의 룰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 日 ‘자위력 강화, 대중 의존도 낮추기’

중국에 일본이 위협을 느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위대를 꾸준히 증강해온 것도 북한의 위협을 주요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중국의 군사력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최근 수년간 중국 군함이 동중국해 등에서 해상활동을 강화해 온 과정을 일본은 비상한 관심과 우려 속에 지켜보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나의 정치철학’이란 논문에서 “압도적 인구를 가진 중국이 군사력을 확대하면서 경제 초강대국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라며 “일본이 미국과 중국의 틈에서 정치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면서 국익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지역통합을 추구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거우니 동아시아공동체와 같은 다자 협력체를 만들어 중국을 견제하자는 주장이다.

일본 정부가 최근 미국제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3대를 도입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중국에 대비한 군사력 강화다. 글로벌호크 3대 도입과 지상사령부 시설 건설에는 수천억 원이 소요되지만 일본으로선 중국을 의식한 전력 증강이 생존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일본 언론 여론조사에서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84%, 중국의 ‘센카쿠 대응이 과도했다’는 응답이 89%나 됐다.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 더욱 기울 것으로 보인다. 너무 커진 중국과 맞서기 위한 현실적 방책은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센카쿠 문제를 계기로 미국과 동맹관계를 심화해 나가야 한다는 여론은 70%를 넘는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도 다각도로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2일 몽골과의 정상회담에서 몽골 내 희토류 광산 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이나,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일본 조달용 곡물 생산을 위한 농지 확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아시아 주변국과도 갈등

중국은 올해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시키는 등 협력을 강화 중인 아세안 10개국 중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4개국과도 남중국해에서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뉴욕에 간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미국 대외관계협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이 아직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아무런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압력을 가해 온다면 아세안 회원국이 함께 뭉쳐 이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아세안과 미국은 정상회의를 마치고 ‘남중국해 관련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과 ‘자유 통항 보장’ 등을 선언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이 지역과 무관한 국가가 끼어들어 간섭하는 것은 물론 남중국해 문제가 국제화하는 데에도 반대한다”며 “관련 당사국들이 상호 신뢰의 정신 아래 쌍무 간 협상과 담판으로 분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에서 고전적인 수법인 ‘분할 통치’ 전략을 구사한 것.

인도 역시 실효 지배 중인 아루나찰프라데시 주를 놓고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1962년 이 지역에서 무력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전했다.

미국 등 세계패권을 행사하는 강대국 및 중국 인접국과의 갈등과 마찰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 지도부와 13억 인민의 꿈도 순조롭게 달성되기 어려운 셈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변국과의 관계 강화에 다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中 우호여론 조성” 관영매체 글로벌 홍보 ▼
신화통신 6개 언어 서비스 “BBC-CNN과 어깨 나란히”

중국 국제라디오방송 홈페이지 첫 화면. 53종 언어 가운데 선택해 볼 수 있다.
중국 국제라디오방송 홈페이지 첫 화면. 53종 언어 가운데 선택해 볼 수 있다.
“중국의 입장을 세계에 적극 알려야 한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 선지(沈驥) 연구원은 올해 8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지 랴오왕(瞭望)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화통신이 7월부터 24시간 위성으로 전 세계에 방영하는 영어뉴스 채널을 호평하면서다. ‘중국 신화 뉴스네트워크(CNC)’로 명명된 이 채널은 중국판 ‘CNN’으로도 불린다. 그는 “외교부 브리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해외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실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중국의 언론매체도 기업처럼 ‘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방의 시각이 아닌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과 세계 뉴스를 전달해 점차 거세지는 ‘반(反)중국 정서’ 또는 ‘중국 위협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중국에 우호적인 세계 여론을 조성하려는 게 주 목적이다.

신화통신은 현재 뉴스사이트를 중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6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세계 뉴스사이트 가운데 3위로 영국 BBC와 미국 CNN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고 로이터통신이나 AP통신, AFP통신보다는 훨씬 앞섰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중문 국제채널, 영어채널, 스페인어 및 프랑스어채널을 위성으로 세계에 송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22개 아랍어 사용권 국가 3억 명가량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24시간 방송하는 아랍어 방송을 추가했다.

중국 국제라디오방송(CRI)은 현재 세계 161개 국가 및 지역에서 53종 언어로 전파를 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 정부가 미국·유럽 중심의 서방 언론에 맞설 수 있도록 이들 관영 매체의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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