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감옥같은 마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中, 농민공 관리-범죄 예방 명목 ‘장벽마을’ 운영
철제 울타리 두르고 통행 제한… 이주 통제 논란

중국 베이징 외곽 ‘장벽마을’로 불리는 한 농민공 관리 구역 출입문에서 드나드는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경찰. 시 당국은 현재 16곳을 시범 운영 중인 ‘장벽마을’이 범죄율을 낮추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확대 방침을 밝혔다. 사진 출처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중국 베이징 외곽 ‘장벽마을’로 불리는 한 농민공 관리 구역 출입문에서 드나드는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경찰. 시 당국은 현재 16곳을 시범 운영 중인 ‘장벽마을’이 범죄율을 낮추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확대 방침을 밝혔다. 사진 출처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그 마을엔 높은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있고 경찰이 지키는 하나뿐인 철문을 지나야 드나들 수 있다. 마을 안 주택과 상점엔 감시 카메라가 있고 경찰차가 24시간 순찰을 돈다. 경찰은 낯선 사람을 보면 여지없이 멈춰 세워 신분을 확인한다. 아침에는 철문이 열리고 어른들은 일터로, 아이들은 학교로 향하지만 밤이 되면 철문은 닫히고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된다. 얼핏 고급 주택가 모습 같지만 정반대다. 이곳은 중국 베이징(北京) 도심에서 10km 떨어진 다싱(大興) 구의 가난한 농민공 집단 거주 지역인 서우바오좡이다.

베이징 시 당국은 최근 도심 서비스업 발달 등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농민공 관리와 범죄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베이징 외곽 16개 지역을 이른바 ‘장벽마을’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지는 5일 베이징 시 당국의 이러한 정책이 농민공의 도시 이주를 통제하려는 사실상의 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적어도 시 당국자들은 “실험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흡족해한다. 올 4월부터 7월까지 다싱 구의 범죄율이 73%나 줄었다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최근 보도 역시 그러한 입장이다. 시 당국자들은 앞으로 베이징 외곽에 ‘장벽마을’을 더 만들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모두 750km²의 지역이 장벽으로 둘러싸이고 농민공의 80%가 넘는 340만 명이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

비판적 전문가들은 ‘장벽마을’에 대해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격리했던 게토와 다름없다”며 정책의 장기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농민공은 이미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소외되고 가난한 계층이라 ‘장벽’으로 이들의 고립이 더 심해지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 베이징대 지방정부연구소 펑젠화이 소장은 “(장벽정책은) 베이징이 농민공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IHT는 “정부가 농민공 이주를 막으려면 장벽을 더 세우기보다 저소득자를 위한 주택 공급, 공장의 내륙지역 이전과 함께 위성도시를 세우거나 농민공의 고향 가까이에 도심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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