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간 아프가니스탄인 타즈 아유비는 워싱턴에서 중고물품을 사고팔며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몇 해 전 살림이 약간 나아져 버지니아 주에 조그만 가구점을 차렸다. 그런데 최근 그의 직함은 하미드 카르자이 현 아프간 대통령(사진)의 수석 외교자문으로 바뀌었다. 가난한 고물상이 거물급 공무원으로 깜짝 변신한 배경은 그의 여동생이 카르자이 가문과 결혼하며 ‘대통령의 사돈’이 됐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전쟁 포화가 끊이지 않는 아프간. 많은 시민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궁핍하게 하루를 연명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5일 “카르자이 대통령 친족들이 아프간의 현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정치 고위직과 경제적 이권을 휩쓸며 ‘소수독재체제(oligarchy)’를 구축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형제인 아흐메드와 무함마드가 정치 브로커와 카불은행 소유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건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러나 이 신문에 따르면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대통령 조카인 야마는 아프간 정보국 수장이며 사촌 하심은 대미 협력사업 결정 권한을 쥐고 있다. 국회의원, 외국 주재 대사를 맡고 있거나 특정한 직함은 없어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씨족은 더 많다.
경제적 탐욕은 더하다. 무함마드는 은행 외에도 칸다하르에서 가장 큰 부동산회사를 운영한다. 초기 자본금 400만 달러(약 45억 원)로 시작했으나 현재 9억 달러(약 1조 원)의 자산 가치를 지닌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대미협력사업은 거의 모든 분야를 카르자이 일족이 담당하거나 연관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프간 국회의원은 “국민 사이에 카르자이란 이름의 뜻은 ‘현금’이란 농담이 나돌 정도”라고 비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씨족의 탐욕을 눈감아주는 이유는 자명하다. 로널드 뉴먼 전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는 “임기 이후가 불안한 대통령이 가족의 돈과 권력으로 보호막을 만들려고 한다”며 “아프간 공산정권 마지막 대통령 무함마드 나지불라의 우(愚)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 역시 카르자이 일가의 부정부패에 불만이 많다”며 “하지만 탈레반 문제 탓에 이를 묵인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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