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메르켈 獨古城서 ‘번개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7일 03시 00분


메르켈 수차례 방문 요청에 원총리, 전용기-헬기 갈아타고 2시간 20분 날아가 ‘밀월 과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격적인 ‘번개팅’을 가졌다.

원 총리는 5일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전용기와 헬기를 번갈아 타고 2시간 20분을 날아 독일 베를린 외곽을 방문해 메르켈 총리를 만났다고 중국 반관영 중국(中國)신문사가 6일 보도했다. 원 총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참석을 포함해 그리스 벨기에 이탈리아 터키 4개국을 순방하고 있다.

중국 언론이 전한 양국 총리의 만남은 파격과 배려의 연속이다. 이날 오전 양국 정상은 모두 브뤼셀에서 아셈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폐막식에 메르켈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다. 먼저 귀국해 원 총리의 방독을 준비한 것이다.

원 총리의 일정에 독일 방문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수차례 원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순방길에 독일에 들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결국 원 총리가 ‘일부러’ 시간을 내 독일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폐막식 뒤 원 총리는 이날 오후 4시 20분경 브뤼셀을 출발해 전용기로 1시간 20분을 날아 베를린 인근의 군비행장에 도착했다. 다시 헬기로 갈아타고 베를린 북쪽으로 70km 떨어진 영빈관인 메제베르크 성에 오후 6시 40분경 도착했다.

당초 중국 측은 일정이 촉박하니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 제안을 물리치고 그란제 호숫가에 바로크 양식으로 18세기에 지어진 이곳을 선택했다. 그는 “이곳에 독일과 가장 밀접한 국가의 지도자를 모셔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메르켈 총리는 2008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곳에 초대했다.

메르켈 총리는 현관에서 원 총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원 총리는 “나를 위해 이런 특별한 일을 계획해 참 고맙다”며 “양국 국가관계가 더욱 밀접해진 것을 보여준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메르켈 총리도 “그렇기 때문에 이곳으로 모신 것”이라며 “회담 후에 다시 브뤼셀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매우 감동했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약 2시간 동안 회담과 만찬을 함께하며 양국 관계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더욱 밀접한 협력을 다짐했다. 이날 원 총리가 온 길을 되돌아 브뤼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였다. 중국 언론은 양국 정상의 이번 만남은 중국 외교사에 드문 일로 양국이 밀월기에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