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6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 2명을 배출하면서 자연과학 강국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일본인은 중간자론에 관한 연구로 1949년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당시 컬럼비아대 교수가 물리학상을 받은 이후 올해까지 18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1970년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 2008년 물리학상 수상자 난부 요이치로(南部陽一郞) 박사를 제외하더라도 일본 국적자는 17명이다. 이 가운데 문학상 2명과 평화상 1명을 빼면 14명이 자연과학 분야 대가들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에 이은 세계 7위에 해당하는 숫자다.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에 꾸준히 자연과학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1990년대엔 주춤했으나 2000년 시라카와 히데키(白川英樹) 박사가 화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봇물이 터졌다. 올해까지 11년간 일본 국적자 9명이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을 거머쥔 것. 2008년엔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을 일본 태생이 휩쓸었고 2002년과 올해엔 자연과학 수상자 명단에 2명씩 이름을 올렸다. 2008년 물리학상을 받은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 교토(京都)대 명예교수는 여권조차 만들어본 적 없는 토종 학자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일본 기초과학의 저력에 세계가 감탄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노벨상 콤플렉스? “나침반-화약 발명한 中서 왜 안 나오나” 자책
“나침반과 화약을 발명했고 빈곤국에서 세계 강대국으로 최근 급부상한 중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없나.”
중국에서는 해마다 노벨 시즌이 되면 이 같은 탄식과 함께 언론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하는 원인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는데 올해도 다름없다고 AP통신이 7일 전했다.
가장 주요한 이유로는 정부가 무작정 암기에 집중하는 공공교육시스템을 개혁하기보다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는 목적의 연구에만 돈을 쏟아 부어 창의적 분위기를 꺾고 선도적인 지식인이 중국을 떠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195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원로 물리학자 양전닝(楊振寧·87) 박사는 지난달 한 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노벨상에 너무 안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주립대 부설 레빈연구소의 차오충(曹聰) 연구원은 “중국은 노벨상을 받아야만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확신을 세계에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양 박사를 포함해 9명의 중국인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모두 중국 국적이 아니다.
AP통신은 “노벨상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중국 교육에 만연한 표절과 관료주의, 권위에 복종하는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연구 풍토와 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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