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1, 2위 中-美서로 비방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너나 잘해” 싸움 열기에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11월 멕시코회의 먹구름

‘(서로 네 탓이라고) 비방 게임만 벌이고 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9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회의’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번 회의는 11월 말 멕시코 칸쿤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의제 조율 등을 위해 열리고 있지만 세계 1,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다는 뜻이다.

황후이캉(黃惠康) 중국 기후변화담판 특별대표는 “미국은 스스로 세계 리더라고 주장하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기후변화회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또 “미국은 중국과 다른 개발도상국가에 비합리적 요구를 하면서 자국의 불이행을 비난하는 세계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며 “이는 끔찍한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셰전화(解振華)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도 6일 “일부 국가는 스스로 배출량 감소를 위해 어떠한 실제 행동도, 자금과 기술도 내놓지 않는 등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거꾸로 개도국에 요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7일 전했다. 미국을 겨냥한 말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지난해 말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의 합의를 엎으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조너선 퍼싱 미국 기후변화협약 특별 부대표는 “중국은 지난해 합의를 재협상하려 하고 유엔 협약에 대한 대안을 찾으려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퍼싱 특별 부대표는 “톈진에서 열린 사흘간의 회의는 실망스럽다”며 “참가국들은 코펜하겐 합의를 구체화하려는 대신 절차를 놓고 해묵은 토론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코펜하겐에서 이미 합의한 부분까지도 논쟁을 하는 바람에 이번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이런 발언은 이번 회의에서 각국 간에 뚜렷한 견해차만 확인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퍼싱 특별 부대표는 “이처럼 진도가 느려서는 멕시코 회의에서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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