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가 손상된 환자를 배아(胚芽)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하는 임상시험이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시험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과 CNN 등 미 언론은 11일 캘리포니아 주의 생명공학회사 제론사가 10년간의 연구 끝에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수 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험은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것이 인체에 안전한지를 파악하는 ‘제1상 임상시험’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승인했지만 법원에서 다툼이 일자 잠시 유보했다가 올해 7월 최종 승인했다.
임상시험은 미 전역의 7개 척추전문병원에서 척추 안에 들어있는 신경세포의 집합체인 척수를 손상당한 지 1, 2주 된 환자 10명을 상대로 이뤄진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척수 손상 재활치료 병원인 ‘셰퍼드센터’는 첫 시험 대상 환자를 선정해 8일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제론사 측은 시험 대상 환자의 구체적 신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척수가 손상돼 가슴 아래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로 알려졌다. 이런 환자는 하체는 물론이고 방광과 장 기능도 마비되며 물리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다.
환자에게는 제론사가 만든 ‘GRNOPC1’(희소돌기아교전구세포)이라는 배아줄기세포 200만 개가 척수 손상 부위에 한꺼번에 투입된다. 회사 측은 이 세포가 자라면서 척수 손상으로 파괴된 신경 수초를 재생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앞서 쥐를 상대로 실시된 동물실험에서는 척수 손상 7일 후에 이 세포를 투입하자 운동 활성능력이 좋아지면서 마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미국에서는 교통사고나 추락, 총기사고, 스포츠 활동으로 1만2000여 명의 척수 손상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연간 2000여 명에 이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연방정부 차원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지원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이 같은 실험이 생명윤리를 거스르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이번 임상시험을 둘러싸고 생명윤리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미 법원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적법한지를 놓고 최근 1년간 논란을 벌였고 미 항소법원은 지난달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에 연방정부의 지원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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