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며 4번째로 벌어진 총파업 가두시위에서 공공건물이 점거되는가 하면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프랑스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대거 폭력시위에 가담했다는 소식까지 나오고 있다. 프랑스 남부 몽텔리마르 시에서는 100여 명의 시위대가 오후 5시경 시청 건물로 난입해 2층 시장실을 점거했다. 시위대의 발길질 등으로 대기실 벽 곳곳이 파였고 책상이 부서졌으며 의자와 테이블이 팽개쳐졌다. 프랑크 레니에 시장은 파리의 국회에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했다.
캉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연거푸 발사했고 이에 시위대는 계란과 토마토, 각종 물건 등을 던지고 쓰레기통 내용물을 불태우며 저항했다. 한 청년은 최루탄 파편을 머리에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노조의 차량 안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또 다른 청년은 경찰에 유리병을 던져 조사를 받았다. 충돌은 생나제르, 샤토루, 이수됭 등 곳곳에서 발생했다.
대학생은 물론 고교생까지 과격한 시위에 가담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이날 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관계 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었다. 내무부는 지난달 23일보다 20% 정도 시위 인원이 늘어난 건 고교생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극좌 세력이 15세 학생들을 거리로 나가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뤼크 페리 전 교육부 장관은 “고교생들은 치약과 같다. 튜브에서 한 번 빠져나가면 돌아오는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16일 다시 전국적인 시위를 벌인다.
한편 프랑스 최대 석유항인 마르세유 항만 파업이 2주일째 이어지면서 일부에서 석유 사재기를 하는 등 ‘석유대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유업체 토탈의 4개 공장 등 5개 정유공장에서 원유 처리가 전면 중단됐다. 또 전국 12개 정유공장 중 8개 공장에서 생산된 유류 제품 출하가 봉쇄됐다. 정유업계는 파업이 1주일 더 지속되면 일선 주유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전국 250여 곳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350만 명(경찰 추산 123만 명)이 참여해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철(SNCF)과 파리교통공사(RATP)는 14일까지 파업을 이어가기로 해 시민과 관광객의 불편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프랑스 상원은 8일 연금개혁법안에서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2세로 늘리는 조항을 가결한 데 이어 11일 100%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조항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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