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명 大지진참사 아이티… 이번엔 ‘100년만의 콜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올해 초 대지진으로 25만 명이 희생된 중미 최빈국 아이티에 콜레라가 창궐해 또다시 2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 나라의 북부지역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머물고 있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천막촌을 덮칠 가능성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아이티 보건당국과 국제기구들에 따르면 지난주 아이티 중북부 아르티보니트 지역을 중심으로 콜레라가 확산되면서 23일 현재(현지 시간) 220명이 목숨을 잃고 최대 3000명이 감염돼 진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아르티보니트 지역에서 206명이, 중부 등 나머지 지역에서 14명이 각각 숨졌다.

지진 이재민 100만여 명이 밀집돼 있는 포르토프랭스에서도 23일 5명의 콜레라 환자가 확인됐다. 유엔의 한 대변인은 “이 5명은 아르티보니트를 여행한 뒤 수도로 내려왔으며 현재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부의 한 교도소에서도 재소자 50명 이상이 콜레라에 감염돼 3명이 숨졌다.

보건당국은 이번 콜레라의 발원지로 아이티 중부를 가로지르는 아르티보니트 강을 지목하고 있다. 수천 명의 농민이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이 강은 최근 홍수로 범람하면서 콜레라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창궐한 것은 100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국민의 내성이 워낙 떨어져 있는 데다 식수 등 공중위생 문제가 심각해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다.

이처럼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중부 해안도시 생마르크를 비롯해 콜레라가 주로 퍼진 농촌지역에서는 의료대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아이티 현지에 파견된 비영리 국제구호단체의 한 직원은 “한 환자를 싣고 여러 의료기관을 돌고 돌아 결국 대형병원에 왔지만 치료를 못 받아 조금 전에 숨지고 말았다”며 “들것에 실린 환자들이 입원하기 위해 24시간 이상을 병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과 국제기구들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구호조치에 착수했다. 미국은 국제개발협력처(USAID)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을 중심으로 아이티에 수액제 세트 30만 개를 공급했으며 조만간 긴급 조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캐나다도 현지 임시병원 설립과 콜레라 확산 방지를 위한 재정지원에 나섰고 국경없는 의사회, 옥스팜, 적십자 등이 구호대열에 동참했다.

올해 1월 25만 명이 숨지고 1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지진 후 아이티는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힘겹게 재건작업을 벌여왔지만 이번 콜레라 발생으로 복구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말 있을 대통령 선거 및 의회선거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아이티 당국은 우선 콜레라가 지진 이재민들에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에 대한 위생교육과 방역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구호단체 월드비전 관계자는 “콜레라가 위생상태가 불결하고 사람들이 몰려 있는 포르토프랭스의 천막촌까지 번진다면 재앙에 가까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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