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올해 80세인 버핏 회장의 후계 구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는 아직 공식적으로 은퇴 시점을 밝히거나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상태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버핏 회장이 코네티컷 주에 본부를 둔 헤지펀드인 캐슬포인트캐피털의 토드 콤스 사장(39)을 영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버핏 회장은 성명에서 “지난 3년간 버크셔의 자산을 운용해 줄 콤스 사장과 같은 역량을 지닌 인재를 찾고 있었다”며 “그의 합류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콤스 사장의 기용은 미국 금융계에서 이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낙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데다 그가 지금까지 운용해 온 펀드는 총자산이 4억 달러에 불과해 1000억 달러에 이르는 버크셔의 자산 운용을 감당해낼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가 하루 500쪽 이상의 보고서를 읽는 심도 있는 조사로 투자하는 기업의 내부 사정을 잘 읽는다는 점이 버핏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로 금융사에 투자하는 콤스 사장의 펀드는 지난 5년간 누적 수익률이 34%로 S&P500 등 벤치마크 지수보다 훨씬 우수한 성적을 냈다.
버핏 회장은 “내가 현직에 있는 동안에는 콤스 사장에게 투자의 모든 부분을 맡기진 않을 것”이라며 “우선 자산의 일부분만 운용케 한 뒤 조금씩 규모를 늘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크셔에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버핏 회장의 후계구도는 더욱 안갯속으로 접어들게 됐다. 버핏 회장은 자신이 겸임하고 있는 버크셔의 회장, 최고경영자(CEO),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를 3, 4명에게 분산해 물려준다는 계획을 밝혀 왔다. 이 가운데 회장직은 버핏 회장의 아들인 하워드 버핏 씨가 기업 문화를 담당하는 비상임으로 맡을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핵심 요직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언론마다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버크셔의 계열사를 이끌 CEO에는 데이비드 소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사장이, CIO에는 이번에 지명된 콤스 사장이 각각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톈안먼 시위의 주역이었다가 올해 버핏 회장의 후계자로 급부상한 중국계 펀드매니저 리루(李路) 씨도 CIO로 거론되지만 그는 최근 “현재 위치에 만족한다”며 버핏 회장의 요청을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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