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發 미국行 ‘폭탄 화물’]검문 허술한 화물기 ‘공중폭발’ 노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탑승 않고 폭발물 원격조종… 英총리 “우리 상공 위험했다”

이번에 서방 당국에 적발된 테러 수법은 9년 전 희생자 3000여 명을 낸 9·11테러 등 지금까지 국제 테러조직들이 보여준 방법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많은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여객기 대신 화물기를 이용했다는 점, 겹겹의 공항 보안검색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정밀한 수법을 썼다는 점, 기내에 테러리스트가 직접 탑승하지 않고 무선으로 폭발물을 조작하려 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우선 이 사건의 범인이 화물기를 범행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각국의 대테러 보안규정을 피하기 위한 한층 진화된 수법으로 해석된다. 물론 여객기를 납치하는 것보다 직접적인 ‘효과’는 덜하지만 비용이 적게 들고 적발될 가능성이 더 낮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각국 공항들은 9·11테러 이후 여객기 보안검색은 상당 부분 강화했지만 화물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허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 비록 화물기의 탑승자는 조종사 등 승무원으로 한정돼 있지만 인구가 밀집된 도시 상공에서 추락시킬 경우 여객기 폭파와 맞먹는 인명피해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공격이 테러의 성공 자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험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폭발물이 화물기 보안검색을 과연 통과할지, 사전에 적발된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드러날지를 미리 알아본 뒤 본 공격을 준비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미국에 집중됐던 테러 목표국이 영국 프랑스 등 유럽으로 확대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우리는 이 폭발물이 기내에서 터지도록 고안됐다고 믿고 있다”며 “영국 상공이 타깃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