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방문에 대한 항의 표시로 모스크바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쿠릴 열도의 다른 섬을 방문할 것이라고 맞서 양국 간 영유권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쿠릴 열도 분쟁에 대해 미국이 일본 편을 들고,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을 풀기 위해 미국이 제안한 미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중국이 거부해 동북아 영토 분쟁이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 일, 주러 대사 소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상은 2일 “러시아에 우리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주러 대사인 고노 마사하루를 한시적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의논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일본 내에서는 이달 중순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대사를 소환해 외교적 긴장을 높이는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쿠릴 열도의 다른 섬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또 블라디미르 b첸코 러시아 대통령 고문은 일본의 대사 소환에 대해 “일본의 자국 대사 소환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이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쿠릴 열도의 4개 섬 중 하나인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國後)를 1일 전격 방문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에 올린 쿠릴 열도 사진에 ‘러시아에는 아름다운 곳이 얼마나 많은가! 이곳은 쿠나시르’라고 설명을 붙여 쿠릴 열도가 러시아 땅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쿠릴 열도를 지칭하는 말)을 포함해 모든 러시아 지역의 개발을 감독하는 것이 대통령의 임무”라고 밝혔다.
○ 中, 센카쿠 미중일 회담 거부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일 브리핑을 통해 쿠릴 열도의 이름을 일본명인 ‘북방영토’라고 표현하면서 “우리는 북방영토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아시아 국가의 영토 분쟁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일본 홋카이도 서북쪽 쿠릴 열도의 쿠나시르와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擇捉)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등 4개 섬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승국인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지만 일본은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센카쿠 열도 분쟁을 풀기 위해 제안한 미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 제의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국이 중미일 3국 장관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생각일 뿐”이라면서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고유한 영토로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은 중-일 문제”라며 미국의 개입에 반대했다. 또 그는 “미국이 수차례 댜오위다오가 미일안보조약 적용 대상이라고 밝힌 것은 잘못”이라며 “미국은 이런 입장을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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