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재정위기 다시 불거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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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재정적자 국가인 아일랜드의 경제 위기가 심상치 않다. 자칫 ‘제2의 유로 위기’를 촉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며 10일 금융시장에서 아일랜드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8%대로 상승해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최근 아일랜드 정부는 앞으로 4년 내에 150억 유로, 당장 내년까지 60억 유로의 적자를 줄이는 내용의 긴축 예산안을 발표했다. 아일랜드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2%인 500억 유로까지 불어난 상황. 그러나 야당과 노동계는 정부의 재정 감축안이 결국 국가경제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1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야의 마찰을 중재하기 위해 더블린에 온 유럽연합(EU)의 올리 렌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10일 야당 대표단과 만난 뒤 “아일랜드 정부가 재정 적자 감축안을 확정해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외국인투자가들이 아일랜드 채권을 매입할 것”이라며 “4개년 긴축 예산안은 국민과 시장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렌 위원을 만난 야당과 노조 대표들은 “정부의 적자 감축안은 아일랜드 경제를 융단폭격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할 것”이라며 “브라이언 카우언 총리 정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선거만이 나라를 안정시키는 방법”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또 이달 하순 전국적인 긴축 예산 반대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브라이언 레니핸 재무장관은 “아일랜드는 내년 4월까지 부채를 갚아 나갈 충분한 돈을 갖고 있으며 구제금융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아일랜드가 결국 그리스처럼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조성한 7500억 유로 규모의 금융안정화기금에서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일랜드의 외화차입 부담은 계속 상승해 10년 만기 국채의 경우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스프레드)가 9일 기록적인 574bp(베이시스포인트·1bp는 0.01%)까지 상승했다. 이는 아일랜드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올해 8월 아일랜드와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스프레드가 237bp였던 점을 감안할 때 국제시장이 이번 아일랜드 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재정위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 스프레드도 이날 역시 466bp로 치솟았다.

아일랜드의 재정위기 심화와 함께 9일 금값과 달러 가치가 치솟고 상품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오후 2시 15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달러 환율은 1.3836달러로 전날보다 0.6% 하락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 발표 이후 달러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압도적이었지만 유럽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 이날 금값은 12월 물이 전날보다 6.9달러(0.5%) 오른 온스(31.1g)당 1410.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온스당 1424.30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상품시장에서는 설탕 가격이 29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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