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英회담 ‘양귀비꽃 배지’ 기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中 “아편전쟁 연상… 뗐으면”… 英 “순국장병 추모 의미 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영국 대표단이 중국 당국자들과 ‘양귀비 꽃’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9일 중국에 도착한 영국 대표단은 저마다 가슴에 양귀비꽃 모양의 배지를 달았다. ‘포피(poppy)’라는 이름의 이 배지는 영국, 호주 등 영연방 국가 국민이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기념해 매년 11월 11일(현충일)을 전후해 가슴에 다는 것으로, 전쟁 중 순국한 장병들의 넋을 기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자들은 이 양귀비꽃 배지가 1840∼1842년 양국이 벌인 아편전쟁을 연상시킨다며 이를 이번 방중 길에는 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이 전쟁에서 영국에 참패했고 그 대가로 홍콩을 빼앗기는 등 역사적 치욕을 겪었다. 양귀비꽃은 아편의 원료로 쓰인다.

영국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아편전쟁을 언급하며 포피 배지를 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연락해왔다”면서 “하지만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이 배지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계속 가슴에 달아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