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가장 큰 패배자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이 영(0)순위 후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라는 무거운 어깨를 하고 한국 방문길에 올랐지만 선거패배의 충격을 상쇄할 만한 소기의 성과 없이 빈손으로 귀환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행을 위해 오바마 스스로 마감시한을 정해놓고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오바마에게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는 올해 초 의회 국정연설에서 향후 5년간 수출을 배로 늘려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한·미FTA 이행을 수출증대의 핵심 카드로 추진했지만 이번 한·미정상회의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함으로써 고용창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절상을 위한 속 시원한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 역시 미국의 외교적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화 문제에 관해 현저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오바마가 미·중 정상회담의 거의 전반을 위안화 문제에 할애해 후 주석을 압박했지만 중국 측은 `점진적 절상'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후문이다.
미국 측은 애초 서울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서 경상수지 관리목표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내'로 설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독일과 중국의 반발로 해당 문구를 담는 데 실패했다.
국제적 불균형의 핵심 고리인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에 관해 미국 측이 유럽 우방들은 물론 우호적인 신흥시장국들의 지지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함으로써 경제규모 세계 1위 국가에 걸맞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미지에 커다란 흠집만 초래한 셈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딱히 얻어낸 성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성적표를 낙제점에 가깝게 매기면서 비판적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G20 정상회의 개최 전부터 미국은 중국과 신흥시장국을 공세적으로 압박할 처지가 못됐다.
미국이 6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를 단행키로 하자 유럽과 중국, 브라질 등은 미국의 양적 완화가 달러약세와 환율전쟁, 보호무역주의를 초래할 것이라고 연일 미국을 몰아세웠으며 오바마는 이런 분위기에서 수세적으로 자국 입장을 방어하는데 급급한 모양새가 됐다.
오바마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목전에 두고 이례적으로 각국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양적완화에 대한 비판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미국의 경제가 살아나야 세계 경제에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정상회의 내내 끌려 다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1년 전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들이 경쟁적으로 오바마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달려들었던 것과 달리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누구 하나 오바마를 도우려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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