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유럽 전체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올봄 그리스발(發) 경제위기를 간신히 막아낸 지 6개월 만이다. 추가 지원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유로존의 다른 경제 취약국가로 여파가 번질 경우 세계 경기회복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 버티는 아일랜드, 속 타는 포르투갈
페르난두 테이셰이라 두스산투스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포르투갈 경제의) 위험이 커졌고 정부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도 경제위기에 처해 있음을 시인한 것. 포르투갈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3%로 아일랜드의 9%와 별 차이가 없다. 그는 “아일랜드가 유로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 전체에 위기가 퍼질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경제의 동반추락 우려가 확산되면서 아일랜드를 향한 이웃 국가의 구제금융 수용 압박도 거세졌다. 비토르 콘스탄시우 유럽연합중앙은행(ECB) 부총재는 “유럽이 아일랜드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ECB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제 선택은 아일랜드 정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위기 대응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아일랜드는 여전히 거부 의사를 표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가 차원의 구제금융이 아니라 개별 은행을 지원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내년 봄까지는 버틸 자금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구제금융을 경제 주권에 대한 굴욕적 개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강하다.
그럼에도 시장은 아일랜드 구제금융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 산업의 거품 붕괴로 인한 아일랜드 금융권의 손실 규모는 현재 800억 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정적자는 GDP의 9%, 실업률은 13.2%에 이른다. 구제금융 규모는 최대 10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 돌고 도는 유럽 경제위기 폭탄
그리스의 재정 상황도 다시 나빠질 조짐이다. 유로스타트는 15일 그리스의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당초 알려진 수치(GDP의 13.6%)보다 악화된 15.4%로 내놨다. 또 다른 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됐던 스페인의 국채금리도 최근 독일과의 격차가 2.3%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런 변동은 4월 유럽 경제위기 당시와 유사한 패턴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처럼 유로존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취약한 국가들이 차례로 문제를 일으키고 이것이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를 흔드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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