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부터 시작된 의회의 이른바 ‘레임덕 세션’에서 처리해야 할 입법과제 1순위로 러시아와 체결한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의 비준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외교안보과제 중 최우선순위로 정한 핵 없는 세상 구현의 출발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START의 상원비준이 공화당에 의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의 협상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존 카일 공화당 상원 원내 부대표는 16일 성명을 내고 협정의 비준이 올해 안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카일 부대표는 “레임덕 회기 중 START 비준 논의 가능성을 묻는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전화를 받았다”며 “의회가 처리해야 할 다른 현안들이 산적한 만큼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에 비상이 걸린 것은 이번 회기에 이 협정이 비준되지 않을 경우 자칫 비준 자체가 영영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조약비준의 경우 상원 재적의원 3분의 2인 6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의석분포는 59 대 41로 민주당의 절대우세지만 여전히 공화당의 8표가 필요하며 리처드 루거 공화당 상원외교위원회 간사 등이 협정비준에 찬성하고 있어 초당적인 협력을 주문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중간선거 결과로 내년에 시작되는 상원의 의석 분포는 민주당 53석, 공화당 47석으로 바뀌게 되며 공화당이 당론으로 반대할 경우 비준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당장 발끈하고 나섰다. 상원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바이든 부통령은 “새로운 START가 올해 안에 비준되지 못할 경우 국가안보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러시아와의 협정은 핵무기의 수를 줄이면서도 여전히 미국의 안보를 확고히 지켜줄 핵 억지력은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민주), 루거 공화당 상원의원도 17일 오전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회의 초당적인 협력과 신속한 의회비준을 강력히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4월 체결한 새로운 START는 양국이 보유한 장거리 핵탄두 수를 각각 현재 2200기에서 1550기로 줄이고, 지상 및 해상배치 미사일은 현재 1600기에서 800기로 감축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