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검사 거부 등 잦은 충돌… 참고 참던 회사, 결국 해고
FBI 불법 적발 등 실적은 좋아
정부와 기업의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를 폭로하며 ‘명성’을 떨쳐 온 한 유명 해커가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연방기관에 채용됐다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1년 만에 해고됐다.
포브스 인터넷판은 지난해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에 특별 채용됐던 크리스 소그호이언 씨(29·사진)가 공무원 생활 중 잇따른 돌출행동을 하다 최근 재계약에 실패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소그호이언 씨는 2006년 노스웨스트항공의 가짜 탑승권을 만드는 기계를 개발해 미국 교통안전청(TSA)의 보안 허점을 폭로했는가 하면 1년 뒤에는 섹스용품 제조 회사가 온라인에 게시한 고객정보를 이용해 제품의 유통 경로를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그의 이런 활동을 유심히 관찰해 온 FTC는 소비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기업을 조사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껴 그에게 일자리를 제안했다. FTC로서는 인터넷의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필요했고 소그호이언 씨도 “미국 연방정부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를 규제할 기관은 FTC밖에 없다”며 제안에 응했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괴짜 해커의 공무원 생활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출근 첫날부터 회사의 지문검사를 거부해 말썽을 빚었고 e메일을 통한 배경조사도 무시했다.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능력면에서는 그동안 갈고 닦았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통신업체 스프린트의 임원진이 기업인들만 참석하는 한 보안회의에서 “고객의 위치정보를 800만 회나 연방수사국(FBI)에 넘겼다”고 자랑하는 장면을 녹음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 사건은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고 미 법무부는 결국 한 달 뒤 “FBI가 비상상황이 아닌데도 통화기록 조사를 해 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FTC는 공무원으로서는 지나치게 튀는 그의 행동을 더는 참지 못하고 1년 만에 재계약을 포기하기로 했다. 다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 소그호이언 씨는 재직 당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을 담당하며 파트타임으로만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 공무원 생활을 돌아볼 때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법과 정책을 만드는 많은 사람이 첨단기술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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