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콜레라, 폭동으로 ‘전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유엔군이 진원지” 유혈충돌… 총격 사망자-부상자 속출… 28일 대선 치러질지 의문

올해 초 대지진에 이어 콜레라로 다시 국가적 재난에 빠진 아이티에 사회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아이티 국민이 콜레라의 진원지로 이 나라에 주둔한 유엔 평화유지군을 지목하면서 성난 주민과 이를 막는 유엔군 및 경찰 간의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창궐한 콜레라로 아이티에서는 지금까지 11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1만8000여 명이 감염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8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한 곳곳에서 수백 명의 군중이 유엔군과 충돌을 계속했다. 이들 시위대는 타이어와 쓰레기통 등에 불을 질러 길을 막고 유엔 직원을 태운 차량을 향해 돌을 던지며 구호를 외쳤다. 거리에는 ‘유엔이 우리를 독살하러 이 땅에 왔다’ ‘유엔과 콜레라는 형제다’라는 내용이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시위대는 유엔의 네팔 평화유지군 기지에서 사용하는 정화조의 오수가 강으로 흘러들면서 콜레라가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유엔은 자체 조사 결과 이 같은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주 내내 계속된 시위로 희생자도 늘고 있다. 15일 아이티 북부 카프아이시앵에서는 유엔군 기지 등을 겨냥한 폭력시위로 남성 2명이 총격을 받아 숨졌고 17일에도 다시 1명이 목숨을 잃었다. CNN은 현지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금까지 모두 37명이 총상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이 중에는 6세, 9세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시위대는 유엔군의 발포로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가해자나 피해자의 신원 등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사회 불안이 커지면서 28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가 제대로 치러질지 우려되고 있다. 시위대는 르네 프레발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여당 후보의 벽보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반(反)정부적 성향도 드러냈다.

한편 아이티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구호단체들은 이번 시위로 콜레라 치료활동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보급창고가 이미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다고 밝혔고 다른 민간구호단체도 시위의 진원지인 카프아이시앵을 속속 빠져나오는 상황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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