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민 “불륜남 찰스, 아들에 왕위 양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윌리엄, 평민과 결혼 발표 후 인기 폭발… 전례는 없어

“콘월, 왕비될수도” 찰스 발언 法판단과 달라 논란 가열

“영국의 차기 국왕은 찰스 왕세자(62)? 윌리엄 왕손(28)?”

최근 영국 왕실이 윌리엄 왕손의 결혼 예정 사실을 발표한 뒤 영국에선 차기 국왕 승계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영국 국민들은 “찰스 왕세자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첫째 아들 윌리엄에게 왕위를 양보해야 한다”며 윌리엄 왕손을 지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0일 전했다. 특히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를 갖춘 윌리엄 왕손이 8년간 사귀어 온 평민 출신 케이트 미들턴 씨와 결혼을 결심하자 인기는 더욱 오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이날 영국 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2015명 중 55%가 “윌리엄 왕손이 (찰스 왕세자를 건너뛰고) 바로 왕위를 물려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4%는 “영국 입헌군주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윌리엄 왕손 커플이 더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신문엔 윌리엄 왕손 커플이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아 있는 가상의 사진도 실렸다. 피플지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2000명 가운데 49%가 윌리엄 왕손 커플을 지지했으며 찰스 왕세자 부부를 지지한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찰스 왕세자가 인기가 낮은 이유는 다이애나 비 생전에 불륜 관계였던 커밀라 콘월 공작부인과 2005년 재혼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탓이다. 또 62세인 찰스 왕세자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망 뒤 왕이 되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84세의 엘리자베스 2세가 매우 건강하기 때문에 찰스 왕세자의 나이에 대한 우려가 ‘의미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미국 NBC방송이 19일 공개한 찰스 왕세자와의 인터뷰 내용은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찰스 왕세자는 콘월 공작부인이 “왕비(Queen of England)가 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뒤 당황하다가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했기 때문. 물론 찰스 왕세자는 인터뷰에서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라 (내가) 왕이 되는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싶다”고 말했지만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이 인터뷰는 8월에 녹화된 것이지만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찰스 왕세자가 이런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처음”이라고 주목했다. 찰스 왕세자 재혼 당시 영국 헌법부는 “콘월 공작부인은 왕비 칭호를 받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콘월 공작부인도 스스로 “절대 왕비가 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찰스 왕세자가 처음으로 그에 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영국 왕실은 공식 입장이 달라지진 않았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영국 헌법 전문가인 버넌 보그대너 옥스퍼드대 교수는 “왕위계승 서열은 여론이나 언론에 좌우되지 않는다”며 “찰스 왕세자의 인기가 아무리 낮아도 왕위계승 서열을 바꿀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왕위 계승을 바꾸기 위해서는 영국 의회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자메이카 의회 등 영연방 의회 전체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

한편 근대 영국 역사에서 왕위 계승 예정자가 아들에게 왕위 계승을 양보한 적은 없다. 다만 1936년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인 이혼녀 월리스 심슨과 결혼하기 위해 의회의 승인을 얻어 퇴위한 적은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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