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편지/서명교]영국선 아이를 오래 쳐다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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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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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가 하루는 산책하다가 근처 학교에서 야구를 하는 초등학생들을 목격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 친구는 축구 크리켓 럭비에 비해 영국에서는 인기도 없고 볼 기회도 많지 않은 야구를 보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한동안 길가에 서서 귀여운 초등학생들의 야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학생들의 지도교사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다가와 왜 이곳에 서서 학생들을 계속 쳐다보는지 물어보더니 빨리 자리를 떠나달라고 했다. 웃는 낯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던 친구는 당황스러워하며 자신은 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길가에 있으며 그것도 남자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도대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항변했다. 교사는 강경한 어조로 당신의 시선이 아이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으니 빨리 떠나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낯선 사람이 아이가 귀여우니까 머리를 쓰다듬거나 볼에 뽀뽀를 하는 등의 신체접촉은 더더욱 용인되지 않는데 이는 그러한 신체접촉이 아이의 의사와는 무관한 행위라는 것이다. 아동에 대한 거리를 요구하는 사회분위기는 무엇보다 영국사회가 오랫동안 아동성범죄와 힘겨운 싸움을 하는 데서 비롯됐다.

아동학대예방협회(NSPCC)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지방경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2009년 3월까지 1년 동안 모두 2만1618건의 아동성범죄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60건인 셈이다. 다섯 살 이하의 피해 아동도 무려 1000명에 이르렀다. 아동이 때로는 너무 어려 자신이 겪은 피해를 제때 알리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범죄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협회는 보고 있다.

피해아동 중 여아가 남아에 비해 6배가 많았으며 아는 사람의 소행인 경우가 낯선 사람의 경우보다 4배나 많아 영국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영국 정부는 이의 예방을 위해 영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 일명 세라법(Sarah's Law)을 8월부터 확대 시행하기 시작했다.

세라법은 2000년 당시 8세 여아인 세라 페인이 성폭행 전력이 있는 범인에게 납치돼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피해아동 어머니의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2008년부터 케임브리지를 비롯한 4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이 법은 부모가 자신의 딸이나 아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의 성범죄 전력여부를 경찰에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경찰은 부모의 요구가 있으면 24시간 안에 정보를 공개하되 그 대신 부모는 이에 대한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 세라법에 의하면 자신의 아이와 접촉이 가능한 사람, 예를 들면 싱글맘의 새로운 남자친구나 이웃집 사람 또는 방과후 활동을 함께하는 운동코치에 대해서도 경찰에 신분을 조회할 수 있다. 이 법 이전에는 부모가 아이 주변에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어도 경찰이 해당인의 신상정보를 부모에게 공개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기준이 없었다.

귀여운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미소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사회마다 다르다. 예전에 필자도 무심코 아이들을 바라보다 한 아이로부터 “왜 나를 보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내심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이가 당돌하다기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의사를 상대가 어른이어도 명확히 밝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예방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서명교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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