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여러 나라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고강도 긴축정책을 펴자 이에 반발하는 노동자와 학생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85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이 확정된 아일랜드는 27일 수도 더블린에서 정부의 긴축재정과 구제금융 협상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시민 5만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긴축재정으로 회복할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불모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를 주최한 아일랜드노조연맹(ICTU)은 “미래 세대가 백지수표 서명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는 공정한 예산안을 원한다”며 브라이언 카우언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향후 4년간 150억 유로의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마련한 예산안에는 △복지 예산 감축 △최저임금 12% 인하, 공무원 임금 10% 삭감 △향후 4년간 공공부문 일자리 2만5000개 축소 등이 포함돼 있다. 시위대는 앞으로 9년간 갚아야 할 구제금융 이자율이 그리스(5.2%)보다 훨씬 높은 6.7%에 이를 것이란 보도에 격분했다.
25일 아일랜드 서북부 더니골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야당인 신페인당의 피어스 도허티 후보가 당선됐다. 전통적으로 집권 아일랜드공화당이 강했던 이곳에서 여당 후보는 도허티 당선자의 절반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27일 이탈리아 로마에선 최대 연합노조인 이탈리아노동연맹(CGIL)이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반(反)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경제위기는 끝나지 않고 있고 청년 실업률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집회를 벌여온 대학생들도 대거 참여했다. 특히 학생들은 25일은 콜로세움 원형경기장과 피사의 사탑, 26일은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 꼭대기, 27일은 피렌체 대성당 원형 지붕 위 등 유명 유적지에서 기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30일 의회에서 투표에 부쳐질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가 대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의 90%가 감축된다고 언론은 전했다.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4000여 명의 시위대가 교육 건강보험 등의 재정지출 삭감에 항의하는 가두시위를 벌인 뒤 베르너 파이만 총리의 사무실 앞 중앙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30일 다시 한 번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같은 날 유럽연합(EU) 소속 27개국 재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일랜드 구제금융 지원방안을 최종 타결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우리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모든 재정위기에 대처할 방법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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