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 중 국제학술회의]“동아시아공동체 절실… 한중 갈등해소 공감대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 “한국과 중국 사이엔 사소하지만 적잖은 견해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가 한중의 전반적인 협력의 틀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김세원)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2010 한중 국제학술회의’가 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학술회의엔 김 이사장을 비롯해 사공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조순 전 부총리(서울대 명예교수), 정종욱 전 주중 대사,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 김용덕 동북아역사재단 초대 이사장,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쑤하오(蘇浩) 외교학원 전략 및 분쟁관리중심 소장, 페이창훙(裴長洪)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 쉬창원(徐長文) 국제경제무역연구원 아태연구센터장 등 한중의 석학과 정부 고위 관계자 25명이 참석했다. 》
전체 세션과 분야별 3개 세션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당초 주제로 잡은 ‘동아시아 새 질서와 한중 협력’ 외에도 최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 양국의 모든 현안이 무대에 올려져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또 최근 한중 관계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듯 200여 명의 방청객이 참석해 역사 갈등 및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견해 등 민감한 질문을 쏟아냈다.

양국 학자들은 이날 역사 문제부터 북한 핵개발,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까지 한중 사이에 적잖은 갈등이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하지만 아시아의 비중과 역할이 점차 증대하는 이 시기에 세계무대에서 한국과 중국의 주도적 역할과 협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소한 견해차로 양국의 전반적인 협력 틀을 깨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세원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한중 양국은 모두 G20 회원국으로서 새로운 국제질서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주도할 책임과 권리가 있다”며 “이를 위해 한중을 포함해 동아시아 각국이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은 환영사에서 “지금은 닐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말한 것처럼 500년 서구 지배 시대가 막을 내리고 동아시아 국가가 세계사의 주역으로 다시 등장하는 시기”라며 “양국이 협력해 세계를 주도하는 아시아가 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사공 위원장은 축사에서 “한중 양국은 서로를 단순히 중요한 교역상대국이나 투자대상으로만 보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며 “이제 양국은 세계 경제질서를 함께 주도해 나가는 진정한 파트너로서 더욱 긴밀한 협력기반을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동아시아 새 질서와 한중 협력’ 제하의 한중 국제학술회의가 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사소한 마찰로 전반적인 양국 협력의 틀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동아시아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왼쪽부터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정종욱 전 주중대사,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 쉬밍치 상하이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동아시아 새 질서와 한중 협력’ 제하의 한중 국제학술회의가 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사소한 마찰로 전반적인 양국 협력의 틀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동아시아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왼쪽부터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정종욱 전 주중대사,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 쉬밍치 상하이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조연설에서 “G20 시대는 서로 다른 이념과 방향이 공존하면서 때로는 화합하고 때로는 상충하는 시대”라며 “현재 세계에 필요한 것은 획일적인 행동을 위한 동이불화(同而不和)가 아니라 관용과 인내, 양보와 자성에 기초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G20 시대에 있어서의 한국과 중국’을 주제로 진행된 전체 세션에서 이준규 원장은 “세계질서가 G7 혹은 G8 시대를 지나 G20 시대로 들어서면서 한중 양국 모두 규칙준수자(rule taker)에서 규칙제정자(rule setter)로 위치가 바뀌었다”며 “한중은 이제 양국의 공동이익뿐 아니라 세계질서 재편으로 협력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칭궈 부원장은 “최근 양 국민 사이엔 중국이 영토 확장 야욕을 갖고 있다거나 한국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등 실제와 부합하지 않는 불신의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류와 대화는 물론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기의 이익보다 상대방의 선의를 더 중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쉬밍치(徐明棋) 상하이(上海)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제 세계는 중국을 빼고는 국제 이슈를 해결하기 어렵고 한국 역시 아시아 4대 경제국이자 G20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매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양국 협력은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체토론이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청중이 도발적인 질문을 쏟아내 행사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자 부원장은 “왜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라고 하느냐”는 한 청중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당시엔 국가 형성도 제대로 안 된 때여서 한국은 중국에, 중국 역시 한국에 속해 있었다”며 “누구의 역사냐, 누구의 유산이냐 하는 문제는 1000년이 지난 지금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비켜나갔다. 또 그는 “중국 정부가 6자회담 수석대표의 긴급 회담을 제안했는데 지금이 6자회담 할 때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연평도 도발을 한 뒤 한미가 군사훈련에 나서는 등 긴장이 높아져 ‘온도’를 내리기 위한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최근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서울이 안전하냐”고 질문해 방청객의 폭소를 자아냈고 이준규 원장은 “7만 명이 넘는 재한 중국인 유학생 중 아직 단 한 명도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며 안심시켰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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