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공개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이에 대한 지지, 반대 측의 사이버 공방전도 가열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 정부의 비난과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체포 이후 대형 온라인 기업과 금융업체들이 잇따라 위키리크스와의 `관계 청산'에 나서자 지지그룹은 대대적인 사이버 보복과 오프라인 시위 등으로 맞서고 있어 파장이 급격히 확대되는 형국이다.
◇재정, 인터넷 서비스 중단=이번 외교전문 공개가 세계적인 논란으로 번지자 그동안 위키리크스와 관계를 맺어온 미국의 IT업체와 금융서비스업체들이 잇따라 서비스 중단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카드 업체인 마스터카드와 비자가 위키리크스 기부 자금에 대한 결제를 중단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위키리크스 지지그룹들의 웹사이트 계정을 폐쇄했다.
또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도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위키리크스의 후원계좌를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이번 폭로에 대해 전세계 외교를 위험에 빠뜨린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민간업체에 대해 위키리크스와의 관계청산을 종용한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조치에 대해 위키리크스의 지지자들은 `보복작전(Operation Payback)'이라는 이름으로 맞서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위키리크스와 자료서버 계약을 해지한 아마존에 대한 공격에 나섰지만 방대한 웹호스팅 능력을 갖추고 있어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페이팔과 마스터카드, 비자 등의 사이트도 현재로선 정상 작동되고 있다.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 공격을 벌이고 있으나 페이스북이 지난 9일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면서 현재 공격이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 지지자는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에서 "당초 아마존을 공격하려 했으나 현재로선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만한 전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온-오프라인 `보복' 강화=이처럼 위키리크스 지지그룹의 공격에 대한 `반격'이 만만치 않으나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공격수위를 한층 높일 태세다.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해커들을 모임인 `어노니머스(Anonymous)'는 온라인 메모를 통해 "우리는 저항분자도 테러리스트도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단순하다. 어떤 집단이나 기업, 그리고 정부의 통제로부터 인터넷 자유권을 획득하는 것"이라며 누리꾼의 결집을 촉구했다.
어노니머스는 50명 내외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위키리크스의 반대자라면 그 누구라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신을 20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소개한 어노니머스의 대변인 `콜드블러드(Coldblood)'는 9일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서 (지지) 운동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노니머스의 공격 대상은 아마존, 마스터카드, 비자, 페이팔 등 어떤 이유에서든 위키리크스와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한 회사들이라고 경고했다.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의 `저항' 움직임은 사이버공간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위스와 독일의 지지자들은 미국 금융서비스업체에 대한 소송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위키리크스의 기부업체인 `데이터셀'은 기부계좌를 폐쇄한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대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에서는 250여명의 지지자들이 이날 브리즈번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파키스탄에서도 지지자들이 미국과 영국 국기를 불태우면서 어산지에 대한 `탄압'을 비난했다.
이와 함께 위키리크스는 이날도 공개 도메인을 통해 외교전문을 조금씩 공개하면서 미국 정부 등에 맞서고 있다.
◇"어산지 기분 좋은 상태"=이런 가운데 런던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어산지는 `기분이 좋은 상태'라고 변호인이 밝혔다.
제니퍼 로빈슨 변호사는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동료가 어제 어산지와 얘기를 나눴는데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고 한다"면서 "그는 상황을 극복하고 명예를 회복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스웨덴으로의 신병 인도를 위한 심리가 열리는 14일 이전에 보석을 신청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최고인권대표는 이날 위키리크스에 대한 서비스제공을 중단하라는 압력이 민간기업에 가해지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필레이 최고대표는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만약 위키리크스가 불법적인행위를 했다면 이는 사법체계를 통해 다뤄져야 하며, 제3자에 대한 압력이나 협박을 동원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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