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 안된다” 美민주, 오바마에 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1일 03시 00분


“사전 상의도 없이 공화와 연장 합의” 의원들 분노 표출

“중간선거에서 제대로 방어하지도 못하더니 부자 감세(減稅)도 포기해?”

9일 워싱턴의 미 의사당에서 열린 민주당 하원의원 비공개 회의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와 사전 상의도 없이 공화당 지도부와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해 2년 감세 연장에 합의한 것을 놓고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모든 소득 계층에 대한 감세 연장 혜택과 함께 실업수당 지급기한 13개월 연장을 합의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타협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에 대한 감세연장 법안을 손질하지 않는 한 하원 상정을 거부키로 한 당 결의안을 구두 표결을 통해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집권여당이 백악관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철저하게 배제된 데 대해 의원들은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제대로 맞서지도 못하더니 이제는 공화당 정책을 좇아가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는데 공화당과 일찌감치 타협하는 것이 향후 집권여당의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에 이처럼 떠밀리면 앞으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암울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특히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공화당과 타협한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빌어먹을 대통령(f**k the president)”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미 의회전문지인 ‘롤 콜(Roll Call)’이 전했다.

특히 전날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만나 “법안을 받아들이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의원들을 압박한 것도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셸리 버클리 의원(네바다)은 의원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결의안에 반대한 사람은 나 혼자였던 것 같다”고 밝히면서 “대부분 민주당 하원의원이 이 타협안에 반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불가 방침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때 내건 선거공약으로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공화당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크리스 밴 홀런 의원(메릴랜드)은 “민주당 의원들은 타협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의원총회에서 드러난 메시지”라고 말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든 사람이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빼버리면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갖지 못할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집단적인 저항 태세를 보이면서 공화당과 타협한 오바마 대통령은 당내에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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