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치 덜 보면 보수주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1일 03시 00분


자유주의자는 타인 눈길 쫓아다녀… 정치성향따라 큰 차이

보수주의자(conservative)와 리버럴(liberal)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반응하는 정도가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링컨 네브래스카대(UNL) 연구진은 보수주의자와 리버럴의 시선 신호 반응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결과를 ‘주의, 인식, 심리물리학 저널(Attention, Perception & Psychophysics Journal)’ 최신호에 발표했다.

시선 신호 반응이란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시선에 반응하는 성향을 말한다. 보수주의자는 타인의 얼굴에 나타난 시선 방향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반면 리버럴은 그 시선 방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72명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실험했다. 피실험자는 흰 컴퓨터 화면 중앙에 나타나는 작은 검은 십자가에 시선을 고정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후 십자가가 사라지고 눈 안에 눈동자가 없는 사람의 얼굴이 나타난다. 그런 후에 왼쪽이나 오른쪽을 향하고 있는 눈동자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얼굴 왼쪽이나 오른쪽에 작고 둥근 과녁이 나타난다.

피실험자는 과녁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고가 없기 때문에 과녁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없지만 본능적으로 과녁에 반응하도록 돼 있다. 피실험자는 과녁이 나타나자마자 순간적으로 키보드의 스페이스바를 눌러 시선 신호에 대한 민감성을 연구진에게 알려준다. 이런 반응은 수백 차례 반복된다.

실험이 끝난 뒤 피실험자는 여러 정치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조사받아 이념적으로 분류됐다. 시선 신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정치적으로 리버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보수주의자는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 신호에 덜 반응하는 반면 리버럴은 타인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 시선 신호를 따라가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UNL 심리학과의 마이클 도드 조교수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시선 신호 반응이 다를 것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보수주의자가 이 정도로 무반응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학자들은 통상 정치 성향은 후천적 환경 요인에 좌우된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인지구조의 차이도 정치 성향을 결정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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