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자발적 감축’ 선제공격 먹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편입되지 않아 부담을 덜게 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제인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은 참가국 간의 견해차로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17차 총회에서 다시 협상하기로 했다. 그 대신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의 ‘녹색기후기금’을 조성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성과라는 평가다

○한국에는 다소 유리

한국이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 비의무감축국 지위를 유지한 데에는 우리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주효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는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또 올해 4월에는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온실가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합의된 교토의정서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제1차 공약기간(2008∼2012년) 의무감축국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경제규모나 세계 9위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감안한다면 더는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국제사회로부터 제기돼 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정부 대표단은 이번 칸쿤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하지만 제18회 당사국 총회의 한국 유치 결정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경쟁국인 카타르가 이번 총회에서 개최 의지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 2012년 아시아에서 열리는 개최지 선정은 아시아그룹 54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내년까지 양국 사이에 조율이 되지 않으면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있는 독일 본에서 총회가 열린다. 신연성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는 “카타르가 막판까지 굽히지 않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이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녹색기후기금 조성


이번 총회에서 참가국들은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의 ‘녹색기후기금’을 조성해 개도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녹색기후기금은 선진국과 개도국 진영에서 12명씩 선출한 이사회가 관리하며 세계은행이 감시를 맡는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금 조달 방안은 합의문에 담지 못해 실제 조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참가국들은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긴급한 행동’ 촉구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까지 낮추는 방법에 대한 연구 활성화 △삼림파괴 방지 방안 마련 △각국 기후변화 목표 모니터링 실시 등에도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총회에서도 제시된 바 있지만 올해 총회에서는 거의 대부분 회원국들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후협약을 위한 기초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코펜하겐 합의는 140개국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번 합의안은 194개 당사국 가운데 볼리비아를 제외한 193개국이 찬성했다. 볼리비아는 “합의안이 선진국들에 유리하다”며 반대했다. 칸쿤 합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코펜하겐 총회보다 많은 국가의 지지를 끌어내 ‘기후변화협상이 결렬되는 사태를 막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 반면 선진국과 개도국의 견해차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량 설정 대신 녹색기후기금 조성 등 낮은 수준의 합의를 이루는 데 그쳤다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고든 셰퍼드 세계자연보호기금(WWF) 회장은 11일(현지 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비록 (칸쿤 총회에서) 참가국들이 교토의정서 이후에 대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지만,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에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시동을 건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웬델 트리오 그린피스 국제기후정책국장도 “더반에서는 세계 각국이 녹색경제를 구축하고, 탄소배출국들에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돕는 지구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칸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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