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벌써 금융위기 잊었나? 카드판촉 다시 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고수익원, 카드만한게 있나” 은행들, 문턱낮추고 모집경쟁
연말까지 판촉물 25억장 발송

미국 캘리포니아 주 머데스토 시에 사는 수 토킹턴 씨(69·여)는 제재소에서 일하다 퇴직했지만 올해 9월 신용상담원으로 재취업했다. 신용카드 빚이 1만7000달러나 돼 빚을 갚으려면 일자리가 필요했던 데다 신용을 쌓으려면 직장을 갖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다시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녀는 갖고 있던 신용카드 3장을 모두 잘라 없애버렸다. 하지만 최근 캐피털 원 은행에서 새 카드를 신청하라는 우편물을 받았다. 이미 신용카드 발급이 승인된 상태로 토킹턴 씨가 카드신청서에 서명만 하면 바로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은행으로부터 새 카드를 발급받으라는 제안을 받은 것은 벌써 두 번째다. 은행의 황당한 제안에 말문이 막힌 그녀는 “신용카드 빚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빚을 더 짊어질 게 뻔한 신용카드를 내가 왜 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토킹턴 씨는 “은행은 오로지 내 호주머니 돈에만 관심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금융회사들이 2008년 금융위기 후 사실상 중단했던 신용카드 판촉 캠페인을 다시 벌이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 전체 수익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신용카드사업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 신청 문턱은 높기만 했지만 최근에는 은행이 앞 다퉈 신용도가 낮은 소비자에게도 카드신청서를 뿌리고 있다. 2007년 이후 은행이 신용카드 사업에서 본 적자 규모는 1890억 달러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올 3분기 캐피털 원이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신용카드신청서를 담은 판촉 우편물을 2200만 장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또 HSBC가 1650만 장, 씨티그룹이 1410만 장, 디스커버 파이낸셜이 1040만 장,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800만 장을 발송했다. 캐피털 원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0배에 이르는 우편발송 물량이다. 시장리서치 회사인 시노베이트 메일 모니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올해 말까지 25억 장의 신용카드 판촉 우편물을 발송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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