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사진)가 벼랑 끝 위기에서 살아났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4일 실시된 하원 신임투표에서 3표 차로 승리를 거두며 정부가 붕괴되는 사태를 모면했다. 16년간의 총리 재임 기간 중 최대 정치위기로 평가되는 이날 하원 신임투표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311표의 반대표보다 3표 많은 314표의 지지를 얻어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하원 투표에 앞서 수 시간 전 실시된 상원 신임투표에서도 지지 162표, 반대 135표로 승리를 거뒀다.
상대적으로 높은 국민적 지지를 누리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퇴 직전까지 몰리게 된 것은 잦은 섹스 스캔들과 마피아 연루 의혹 등으로 야당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 동지까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정치적 운명을 같이해 온 잔프랑코 피니 하원의장은 7월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결별을 선언한 뒤 의원 40명과 함께 연립정부에서 탈퇴했다. 지지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신임투표 승리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2013년 차기 총선 때까지 임기를 마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정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전문가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 지지파와 반대파가 근소한 차에 불과해 의회가 마비될 수 있다며 조기 총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한계를 느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수 주일 내에 사임을 발표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 당수 피에를루이지 베르사니는 투표 직후 “베를루스코니의 생존은 피투성이 승리에 불과하다”며 “현 총리는 더는 정부를 이끌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날 로마 등에서는 10만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퇴를 요구하며 행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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