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저팬”… 亞투자자 부동산 매입 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19년째 가격 하락… 지금 적기”… 올 18건 3억7200만 달러 투자

아시아 투자자의 일본 부동산시장 투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15일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은 서양 투자자가 주춤하는 사이 아시아 투자자가 부동산 가격 하락 일로의 일본을 공략하고 있다.

투자컨설팅업체 딜로직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투자사 및 개인이 일본 대형 부동산을 사들인 것은 18건으로 모두 3억7200만 달러의 물량이다. 지난해 8건 투자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며 올해 미국 투자자가 총 600만 달러 상당의 3건을 사들인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사들인 부동산도 굵직하다. 말레이시아의 사회기반시설 대기업인 YTL은 홋카이도 스키 휴양지의 힐튼호텔을 72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싱가포르의 부동산투자사인 메이플트리 로지스틱스 트러스트는 도쿄 외곽의 대형 물류센터 3곳을 1억4800만 달러에 구매했다. 홍콩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개인 투자자는 하코네의 하이엇 리조트를 사들였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20년 전 자산거품이 터진 이래 19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당시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AG, 골드만삭스 같은 서구 투자은행은 일본의 은행들이 처분에 나선 부실채권의 담보 부동산을 속속 사들였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상황은 돌변했다. 사들인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고 이를 구입하기 위해 끌어들인 막대한 차입금 상환도 쉽지 않게 됐다. 부동산 투자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 빈틈을 금융위기에 타격을 덜 받고 많은 현금을 보유한 아시아 각국 투자자가 메우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이자율은 제로(0)에다 수익률도 홍콩, 싱가포르보다 높고 더 안정적인 일본의 부동산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물론 아직까지 아시아 투자자의 구매력은 한창때의 서방 투자자들이 보여줬던 ‘사재기’ 급의 구매력에 비하면 모자란다. 그러나 한 다국적 부동산 투자업체인 아시아 담당이사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성장하는 중산층에게 일본의 부동산은 장점이 많은 투자처”라며 아시아 투자자의 일본 부동산 투자 러시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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