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세계 최대 플루토늄 벙커 테러 취약”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더타임스 “핵폭탄 수천개 제조분량 보관… 보안 긴급 점검중”

영국 정부가 핵폭탄 수천 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보관된 재처리시설에 대해 매우 은밀하게 긴급 테러대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영국 안보에 매우 중요한 시설이 테러에 손쉽게 당할 수 있다는 심각한 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영국 경찰감사관실(HMIC)이 경찰 대테러지휘부와 국내정보국(MI5)에 자문해 시행한 이번 긴급점검의 주요 대상은 컴브리아 주 셀라필드 재처리시설이다. 이 시설에는 사용된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플루토늄 약 100t이 저장된 벙커가 있다. 플루토늄 100t이면 핵폭탄 수천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며 세계에서 한 곳에 보관된 플루토늄으로는 최대량이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이곳의 보안에 신경을 크게 쓰고 있다.

더타임스는 긴급점검에 들어간 구체적 사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군 특수부대가 테러범으로 가장해 국가 주요 기반시설 및 잠재적 테러 대상에 침투하는 ‘레드팀 훈련’을 하는 도중 셀라필드 재처리시설의 허술한 보안상황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시설의 대테러 취약점을 보고받고 크게 우려한 각료들이 긴급점검 대상에 영국 내 정유시설 및 송유관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대서양 상공에서 여객기 테러를 꾸몄던 런던의 알카에다 분파는 이미 이번 긴급점검의 대상이 된 각종 시설이 들어 있는 테러 대상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현재 HMIC는 긴급점검 결과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최종보고서는 일부 각료, 경찰총수 및 고위 안보관료에게만 제한적으로 회람된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이번 긴급점검이 “극도로 민감한 작업”이라고 전했다.

완공하는 데 5년이 걸린 셀라필드 재처리시설의 플루토늄 벙커에는 콘크리트 3만6000m³와 에펠탑 제작에 소요된 만큼의 철근이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레미콘 차량 한 대에 실리는 콘크리트는 약 6m³로 알려져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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