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보석 최종 허가… 이젠 美송환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英언론인 단체 보석금 마련… 전자발찌 차고 거주지 제한향후 스웨덴 송환 법정공방… 美도 법적대응 준비 착착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가 16일 영국 항소법원에서도 보석을 최종 허가받아 풀려나게 됐다.

영국 항소법원의 덩컨 우슬리 판사는 이날 “어산지 씨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강해 도주할 우려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해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겠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어산지 씨는 보석금 24만 파운드(약 4억3000만 원) 중에서 우선 현금으로 20만 파운드를 내면 곧바로 석방될 예정이다. 석방되더라도 전자태그를 부착한 채 거주지 제한 조치를 받게 된다.

○ 신병 둘러싼 ‘1라운드’ 승리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기자, 변호사들이 가득 찬 이날 영국 항소법원의 법정. 우슬리 판사가 1시간 반가량 계속된 심리 끝에 어산지 씨에 대한 보석을 최종 허가하는 결정을 내리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어산지 씨는 한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응답했다. 어머니 크리스틴 씨는 “모든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외교전문 25만 건을 공개한 이른바 ‘케이블 게이트’로 논란의 핵심에 선 어산지 씨는 이로써 일단 열흘간의 수감 생활에서 풀려나게 됐다. 보석금은 런던에 소재한 언론인 클럽 ‘프런트라인 클럽’의 설립자이자 위키리크스 운영을 도와 온 본 스미스 씨 등 그의 지인과 후원자들이 마련해 이날 오후 납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산지 씨에 대한 보석에는 거액의 보석금 외에도 전자발찌 부착, 거주지 제한, 통금 등의 엄격한 조건이 달려 있다. 어산지 씨는 석방된 뒤 스미스 씨의 집에서만 머물며 다음 사법 절차를 기다려야 한다. 8월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이번 수사가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 기밀을 폭로한 것에 격분한 미국 등 주요국 정부가 자신과 위키리크스의 명예를 깎아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을 성범죄 혐의로 엮었다는 것. “여성들과의 성관계는 상호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온 그는 7일 런던 경찰에 자진 출석해 체포, 수감됐다. 1심에서 보석 허가 결정을 받았지만 영국 경찰이 “도주 우려가 있다”며 항소해 석방이 늦춰졌다.

어산지 씨는 앞으로도 자신의 스웨덴 송환을 막기 위해 길고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신병이 스웨덴으로 인도될 경우 그의 국가기밀 공개행위에 대해 간첩죄 적용을 검토 중인 미국으로 다시 인도돼 중범죄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검찰의 송환 요청에 대한 첫 심리는 내년 1월 11일 열릴 예정이다.

○ 어산지 씨 노리는 미국 정부

미 연방검찰은 어산지 씨에 대한 법적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은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당국에 구금된 브래들리 매닝 미 육군 일병과 어산지 씨가 공모한 증거를 찾고 있다. 어산지 씨가 매닝 일병이 국방부와 국무부 기밀문건 파일을 내부전산망에서 빼내도록 부추겼거나 도움을 줬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사법당국이 정황을 찾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15일 전했다.

사법당국은 또 위키리크스의 국무부 외교문건 폭로에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1917년 제정된 간첩법과 형법 등 다양한 법률 조항 검토에 착수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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