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한국인 피랍… 2명 총격전 끝에 구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명이 13일 현지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2시간 만에 구출됐다.

2007년 7월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이후 아프간에서 한국인이 납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삼환기업이 주관하는 아프간 도로공사에 참여한 ‘신흥발파’ 소속 이모, 조모 씨가 13일 오후 2시 30분경 아프간 북부 사만간 주의 도로건설 현장에서 무장괴한 4명에게 납치됐다가 현지 경찰의 대응으로 약 2시간 만에 무사히 풀려났다”고 말했다.

▼ 돈 노린 납치 가능성… 탈레반 여부 확인 안돼 ▼

이 관계자는 “발파 전문가인 이들은 현지 경찰 2명, 운전사 1명과 함께 산속의 근거지로 끌려갔으나 중간에 탈출한 운전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괴한들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구출됐다”며 “이 과정에서 괴한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구출된 직원 2명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라며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탈레반과는 상관없이 몸값을 노린 납치일 공산이 크다”며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수도 카불에서 서북쪽으로 220km 정도 떨어졌고 한국 지방재건팀(PRT·카불 서북쪽 60km)과도 거리가 먼 곳”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한국인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외국인 사업장을 상대로 돈을 노린 인질극으로 보인다”며 “7월 이후 방글라데시 근로자 등 삼환기업 소속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납치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아프간 경찰의 말을 인용해 이 무장괴한들이 ‘탈레반’이었으며 총격 과정에서 탈레반의 지휘자가 사살됐다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현지 대사관과 삼환기업 측은 해당 공사를 중단한 뒤 현지 주정부와 발주처(ADB)에 치안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삼환기업 측은 치안 상황이 호전된 이후에 공사를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환기업은 2004년 아프가니스탄 공공사업부로부터 아프간 북부에 2개 도로를 건설하는 68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삼환기업 노조 측은 그동안 ‘아프간 현지 직원이 탈레반의 공격에 취약한 상태에서 일한다’며 회사 측에 안전대책 강화를 요구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현지에서 활동하던 국내 건설사 소속 한국인들이 괴한들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