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 北 핵의지 전달 혼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3일 10시 06분


미국의 대북 메신저 격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16¤21일 방북을 통해 핵 연료봉과 관련된 북한의 의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리처드슨 주지사가 '사용후 핵연료봉(spent fuel rods)'과 '미사용 핵연료봉(fresh fuel rod)'의 개념을 구분하지 못해 말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리처드슨 주지사는 21일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남ㆍ북ㆍ미 서해분쟁감시 군사위원회 설치와 남북 군사 핫라인 설치에동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에 합의했으며 1만2천개의 '사용 후 핵연료봉'을 남한에 판매, 반출하는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처드슨 주지사와 동행했던 CNN은 이보다 하루 앞선 20일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연료봉(fuel rod for uranium ehrichment)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과 '미사용 핵연료봉'의 남한 판매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의 핵 전문가들은 우선 사용후 핵연료봉은 플루토늄 추출 직전 단계로 북한이 이를 한국ㆍ미국ㆍ일본 등의 원자력 강국에 판매하면 해당 사용후핵연료봉 분석을 통해 북한의 핵 능력을 고스란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를 절대 팔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아울러 북한은 보유했던 사용후 핵연료봉을 대부분 플루토늄으로 재처리했을 것으로 추정돼 북한이 팔겠다고 언급한 문제의 핵연료봉은 미사용 핵연료봉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은 천연상태의 우라늄을 채취해 가공처리 과정을 거쳐 미사용 핵연료봉으로 만들고 이를 연소시켜 사용후 핵연료봉으로 전환해 다시 재처리 과정을 통해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들고 있다. 북한은 미사용 핵연료봉 1만2천개의 판매를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왔다.

이런 미사용 핵연료봉은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연료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애초 북한의 미사용 핵연료봉의 구입문제를 차기 6자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 시세로 1400만달러 상당인 1만2000개의 미사용 핵연료봉의가격을 터무니없이 불러 실제 매각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다른 소식통은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이 판매하려는 게 사용후 핵연료봉이 아닌 미사용 핵연료봉이라고 했어야 맞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CNN이 보도한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연료봉(fuel rod for uraniumehrichment)의 외국 반출" 언급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사용 핵연료봉을 만드는 과정에서 약간의 우라늄 농축 작업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연료봉은 존재하지 않으며 CNN의 보도과정에서 뭔가 '착오'가 생긴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북한이 판매하려는 미사용 핵연료봉은 이미 가공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우라늄의 99%는 핵분열 물질이 아닌 U-238인 반면 핵분열 물질인 U-235는 0.7%에 불과하며 이를 원심분리기에 넣어 농축작업을 거치면 U-235의 농도가 3¤5%인 원전가동 핵연료로, 또는 그 농도가 90% 이상인 핵무기급 농축 우라늄도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란 사례처럼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를 통한 핵 연료 생산의 경우 핵무기 생산 의혹을 사는 게 다반사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리처드슨 주지사는 방북 전에 북한에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 시설 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방문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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