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前총리 암살 미스터리, 3년만에 배후 밝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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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파키스탄 前경호팀장 등 경찰 고위간부 2명 전격체포

3년 전 발생한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사진) 암살사건과 관련해 현직 경찰 고위 간부 2명이 직무 유기 혐의로 22일 전격 체포됐다.

8년간의 해외 망명을 끝내고 총선에 참여하기 위해 2007년 귀국한 부토 전 총리는 그해 12월 라왈핀디 지역에서 선거 유세 도중 15세 자살폭탄테러범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만 3년이 다 되도록 암살 배후세력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에 빠져 있는 이 사건의 수사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차우드리 줄피카르 알리 특별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부토 전 총리가 숨진 라왈핀디 지역 책임자였던 사우드 아지즈와 부토 전 총리의 경호팀장이었던 쿠람 샤자드가 체포됐다”며 “이들이 신청한 보석 허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알리 특별검사는 아지즈 등이 부토 전 총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피살현장에 호스로 물을 뿌려 핵심 증거를 없앴다고 주장했다. 아지즈 등은 부토 전 총리 시신에 대한 검시도 실시하지 않았다.

AFP통신은 아지즈 등이 이날 법원에서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이자 현 대통령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검시를 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하며 녹음테이프를 증거물로 제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원은 녹음테이프를 증거물로 채택하지 않았다.

알리 특별검사는 현재 영국 런던에 망명 중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에게도 장문의 질문지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2007년 당시 무샤라프 대통령이 이끄는 파키스탄 군사정권은 암살을 막지 못한 책임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향하자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세력으로 파키스탄 탈레반 지도자인 바이툴라 마흐수드를 지목했다. 그러나 마흐수드는 암살 혐의를 부인했고 지난해 8월 미군의 무인항공기 공격을 받고 숨졌다.

이에 앞서 유엔 조사위원회는 올해 4월 8개월간 조사활동을 벌인 뒤 발표한 보고서에서 파키스탄 군사정권이 부토 전 총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으며 정보국 등이 진상조사를 방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보고서는 부토 전 총리를 노린 자살폭탄 테러공격은 막을 수 있었으며 파키스탄 경찰이 고의로 암살 배후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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