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방송선 전쟁음악… 체제붕괴 징후 안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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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N앵커 홈피에 방북기

“북한이 붕괴 직전에 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CNN방송의 ‘상황실’ 프로그램의 울프 블리처 앵커는 22일 자사 홈페이지에 ‘화약통 속에서의 생활’이란 제목으로 북한 방문기를 실었다.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일주일 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그는 방문기에서 한반도를 화약통에 비유하면서 현지에서의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반도가 1953년 휴전 이후 가장 위험했던 순간에 방북했다”고 표현하면서 “전쟁이 일어나 현지에서 발이 묶이지 않을까 초조한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전했다. 공항이 폐쇄될 경우엔 육로로 중국 국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도 했다. 또 “북한에서 TV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전쟁과 관련된 음악을 들으면서 북한 체제가 전쟁을 준비하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16일 베이징에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한 그는 휴대전화를 북한 당국에 압류당해 평양의 호텔에서 1분에 10달러 요금으로 외부에 전화를 걸 수 있었지만 전화를 받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전화요금도 신용카드로는 지불할 수 없었고 오로지 현찰만 받았다고 했다.

호텔방에서는 CNN을 시청할 수 있었지만 위성을 통한 생방송 송출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 대신 수백 장의 사진과 8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다. 북한 안내원이 항상 그를 따라 다니며 감시했고 북한이 보여주는 것만 취재할 수 있었다고 블리처 앵커는 밝혔다. 블리처 앵커와 함께 방북한 뉴욕타임스의 새런 라프레니어 베이징 특파원은 더 많은 것을 보여 달라고 조르면서 취재 범위를 넓히려고 애썼고 때때로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북한에 여러 차례 영변 핵시설과 휴전선 일대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북한은 비상 상황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전력난으로 학생들은 교실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고 수업을 받고 있었으며 혹한의 날씨에도 실내 난방이 가동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외부에서 지난 60년간 끊임없이 북한의 몰락을 예측해왔지만 자신은 북한이 곧 붕괴하리라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적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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