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한국에서 스키를 즐기려던 러시아 극동 지역 관광객 250여 명이 한국 여객선의 운항 중단으로 발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러시아 측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관광공사가 홍보해온 스키 관광 상품을 신청했다 문제가 생겼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 대책을 촉구하고 나서 관련 기관들이 고심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2월 4일 기간 중 강원도 용평 리조트와 하이원 리조트에서 1주일 단위로 열리는 '루스키(RuSki)' 축제에 참가하기위해 러시아인 700여 명이 1인당 1000 달러(약 115만원)에 달하는 관광상품권을 몇 개월 전에 미리 구매했다.
러시아 국명의 영어 머리글자인 Ru와 스키를 합친 단어인 '루스키(RuSki)' 축제는 눈은 많지만 스키 인프라가 부족한 러시아 극동 지역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강원도가 공동으로 기획, 2008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관광 상품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이달 29일과 내년 1월 1일 동춘 페리를 이용해 속초로 출발할 예정이던 256명은 블라디보스톡-속초 구간을 운항하는 동춘 페리의 운항 중단으로 한국행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매주 1회 블라디보스톡~속초 구간을 왕복해오던 동춘 페리호는 스크루 파손 사고로 지난 10월 초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동춘 페리 운영사인 동춘항운 측은 연말까지는 수리를 끝내고 운항을 재개할 것이라고 러시아 여행업계와 한국 관광공사, 강원도 등에 밝혔으나 지난 17일 다시 운항할 수 없게 됐다고 통보함으로써 사태가 빚어졌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동춘 페리 예약 관광객들은 블라디보스톡과 동해시를 오가는 다른 여객선인 '디비에스(DBS) 크루즈 페리' 티켓과 블라디보스톡-인천 구간을 운항하는 대한항공 및 블라디보스톡 항공의 항공권을 물색했으나 이미 좌석이 모두 동이나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월 1-10일의 황금 연휴를 한국 스키장에서 즐기려다 연휴 계획을 망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현지 여행사들로 몰려가 항의하는 한편 주정부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주정부 측은 지난 20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현지 여행사들과 블라디보스톡 주재 한국총영사관, 한국관광공사 블라디보스톡 지사 관계자 등을 청사로 불러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러시아 측은 한국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온 관광 상품에 문제가 생긴 만큼 관광공사를 비롯한 한국 정부 기관들이 나서서 다른 여객선을 투입하든지 아니면 정기 노선 항공기를 증편해 관광객 수송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또 현지 여행사들은 "한국관광공사가 이미 극동 지역에서까지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소문이 난 해운사를 낀 관광 상품을 홍보해 온 것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사태의 적극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23일 한국 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총영사관 및 러시아 연방 체육관광청소년부로 보냈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와 강원도, 문화체육관광부, 국토해양부 등은 항공기 증편과소요 비용 분담 등에 어려움이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 회의 참석자는 "이번 일로 한국관광 상품을 판매한 영세 규모의 블라디보스톡 여행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러시아인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나 이미지도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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