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0년 동안 자국 기업과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 기업과의 거래를 무려 1만여 건이나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에는 강력한 경제 제재 동참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국 기업에 대해서는 규모가 수십억 달러나 되는 거래를 허가해줬다는 뜻이다. 업계의 로비와 정치적인 압력이 이런 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는 23일 정보공개 소송을 거쳐 미국 재무부에서 입수한 제재기업 거래 허가 내용을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처럼 제재 대상 기업과 미국 기업의 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2000년 농업 및 의료 인도주의 지원에 예외를 둘 수 있는 법이 통과되면서부터다. 미 농무부가 정한 물품은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 이 예외조항은 2000년 국제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농업분야에서 제재 대상국에 수출을 희망하면서 마련됐다.
하지만 미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실이 예외적으로 허가한 거래명세에는 인도주의 지원과는 거리가 먼 담배와 맥주, 탄산음료. 추잉검, 팝콘, 핫소스, 체중감량제, 보디빌딩용 보충제, 운동선수용 재활용품과 사치식품도 포함돼 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거래 상대기업 가운데는 테러단체 연루자가 고위 임원으로 근무한 경우도 있었다. 당초 취지와 달리 이 법이 업계 로비와 정치적인 압력으로 남용된 사실이 자료공개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이 신문은 북한의 경우 허가규정이 정책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중단한 후 대북제재가 완화되면서 북한산 저가 의류와 원자재 수입이 허용됐지만 이후 북한이 일방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섰는데도 북한과의 거래 허가 규정은 재조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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