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부를 떠나 거리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난 늘 서민들의 친구였지만 앞으로는 더 서민들의 친구가 될 것입니다.”
지난 8년간 브라질을 통치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65·사진)이 23일 사실상 국민에게 이별을 고했다. 이달 31일 임기를 마치는 룰라 대통령은 이날 TV와 라디오를 통해 브라질 전역에 방송된 크리스마스 연설에서 자신이 8년간 이룬 성과를 자랑스럽게 밝혔다고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11분가량의 연설 서두에서 “이제 며칠 있으면 나는 대통령직을 벗는다”며 “단지 부유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브라질 국민을 위해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오늘날 모든 브라질 국민은 나라와 그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다”며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그는 “빈곤층 출신이라는 점이 숱한 도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며 곤궁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 뒤 “나의 꿈과 희망은 서민의 영혼과 가난,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퇴임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금도 지지율이 80%를 넘는 그는 빈곤층 감소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증진, 그리고 열대우림의 황폐화 지연 등 자신의 업적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또 이전 정부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경제성장률과 새 일자리 1500만 개, 집권 초기보다 10배 많은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등도 열거했다. 그는 이어 수력발전소 건립과 대규모 해안 석유 개발, 고속전철 설치 계획 등 풍부한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강조하며 “이들이 브라질의 역사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1일 취임하는 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당선자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대통령 후보로 지명해 선거운동까지 도맡을 정도로 애정과 믿음을 흠뻑 물려준 호세프 당선자가 “브라질을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만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 주 초에는 “2014년 대통령선거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는 “내 미래를 묻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은 이미 저에게 훌륭한 선물을 주셨다. 그 대신 브라질의 미래를 바라보고 그걸 믿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연설은 20일 브라질리아의 대통령 관저에서 사전 제작됐다. 브라질 언론은 룰라 대통령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깊은 감회에 젖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제작이 여러 차례 중단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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